기선민 기자
월드컵 ‘하프타임’에 볼 만한 몇 편, 다음 경기가 달라보일 걸요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 우승 이끈 한국인…짠하네
맨발의 꿈
감독 김태균
주연 박희순·고창석
등급 전체 관람가
동티모르의 히딩크, 동티모르의 한국인 축구 영웅이라. 이런 근사한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 김태균 감독의 ‘맨발의 꿈’은 2002년 사업을 하기 위해 동티모르를 찾았다가 그곳 아이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못해 축구팀을 만들게 된 김신환 감독의 실화다. 축구화 살 돈이 없어 맨발로 뛰던 아이들이 유소년 축구단 결성 1년도 안 돼 제30회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낸 감동 스토리다. 구스마오 대통령까지 잠깐 출연하는 열성을 보였을 정도로 ‘맨발의 꿈’ 촬영을 둘러싼 동티모르 현지의 응원은 대단했다고 한다.
‘작전’ ‘10억’의 연기파 배우 박희순이 선수 생활을 접고 짝퉁 축구화를 파는 원광 역을 연기한다. 원광은 동티모르에 청운의 꿈을 품고 오지만 사기를 당한다. 우연히 길바닥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고는 축구용품 판매점을 열지만 파리만 날린다.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노렸던 원광이지만, 점차 가난에서 탈출할 유일한 수단으로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의 눈망울에 빠져든다.
감동 드라마의 전형적인 수순을 밟지만 지나친 눈물 짜내기를 자제한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사는 게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한 건 아니다”라고 원광이 말하는 장면이나, 두 골을 먼저 먹고 세 골을 마저 넣어 이기는 마지막 순간에는 절로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많을 듯. 현지어와 한국어, 영어를 섞어 아이들과 의사소통하는 박희순의 ‘원맨 토크쇼’에 가까운 열연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의형제’의 감초배우 고창석이 현지 한국영사관 직원으로 출연했다. 축구 하는 아이들은 놀랍게도 배우가 아니라 실제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이다. 연기 경험도 없고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에 어린 진심과 열의는 프로 배우 이상이다. 상업영화 최초로 10일 유엔에서 300여 외교관이 모인 가운데 상영회를 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24일 개봉.
그라운드 안팎서 못 볼 것 보여준, 그는 ‘신의 손’
축구의 신 마라도나
감독 에밀 쿠스트리차
주연 디에고 아만도 마라도나·에밀 쿠스트리차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축구의 신’이라는 수식어로는 도저히 이 남자를 형용하기 부족하다. 디에고 아만도 마라도나(50). 이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으로 뛰고 있는 그는 현역 시절 축구의 알파요, 오메가로 통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에서 그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 받는다. 마라도나의 생일 등 주요 기념일마다 종교의식을 거행하는 마라도나 교회가 있을 정도니. 폭력과 약물 복용 사건에 연루되고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는 등 인기에 걸맞게 험한 스캔들도 늘 뒤따라 다녔지만 팬들의 열광은 현재진행형이다. 대스타의 인생에 카메라를 들이댄 사람은 ‘언더그라운드’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그는 “마라도나만큼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 사람도 없다”는 생각에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영화는 전설의 바나나킥을 비롯해 마라도나의 눈부신 득점 순간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치적 소신을 표출하는 데 서슴지 않았던 ‘행동하는 인간’ 마라도나를 발견하게 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 전쟁으로 돈 버는 건 CNN과 폭스TV” “(콜롬비아가) 코카인을 만든다고 불평하지만, 그 마약은 미국이 다 쓴다” “미국은 늘 우릴 짓밟는다. 늘 의존하게 만들고, 착한 척 (돈을) 빌려주고 10배로 돌려받는다”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유니폼 대신 ‘STOP BUSH’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반미 집회에 나가기도 했다.
‘마라도나교(敎)’ 신도들이라면 마라도나의 족적을 되짚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올 듯하다. 그가 데뷔전을 치른 곳이자 축구계의 샛별로 떠오른 곳인 라 봄보네라, 쿠스트리차의 고향이자 마라도나가 최고의 골잡이 실력을 과시했던 베오그라드, 하위권이던 팀을 세리에A 우승으로 끌어올렸던 나폴리 등을 두루 훑는다.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드라마적 흡인력은 덜하지만, 축구계의 살아 있는 전설을 조명한 첫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08년 제61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월드컵 시즌에 볼 만한 축구영화 7선
‘공은 둥글다’란 말, 이 영화 실제 배경서 나왔다지
베른의 기적(2004년)
감독 손케 보르트만
주연 루이스 클람로스·피터 로메이어
20세기 최고 축구영화…람보와 펠레는 같은 편
승리의 탈출(1981년)
감독 존 휴스턴
주연 실베스터 스탤론·막스 폰 시도
66년 월드컵, 북한 축구에 혼쭐난 유럽 축구
천리마 축구단(2005년)
감독 대니얼 고든
주연 폴 니컬슨 외
축구 보고 싶은 이란 여성…근데 수비가 만만찮군
오프사이드(2006년)
감독 자파르 파나히
주연 시마 모바락 샤히·샤예스테 이라니
편견을 차버려! 그나저나 베컴은 어디에?
슈팅 라이크 베컴(2002년)
감독 거린다 차다
주연 파민더 K 나그라·키라 나이틀리
멕시코 축구 천재, 팀 찾아 삼만리
골!(2003년)
감독 대니 캐넌
주연 쿠노 베커·스티븐 딜레인
히말라야 소년들 ‘축구는 역시 라이브로 봐야…’
컵(2000년)
감독 키엔츠 노부
주연 잠양 로드로·오르그옌 토브기알
(도움말 주신 분=영화 칼럼니스트 김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