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說 난무 '판' 깨질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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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 경선(4월 27일)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인제(李仁濟·(左))후보측은 '노무현(盧武鉉·(右))돌풍'의 배후에 김심(金心·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李후보는 22일의 대전KBS 토론회에서 청와대 박지원(朴智元)특보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21일 밤엔 李후보측의 김기재(金杞載)선대위원장이 이를 폭로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하려다 "한꺼번에 터뜨리자"는 의견에 따라 취소했다. 주변에선 "李후보가 중대 결심을 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같은 의혹의 배경에 대해 李후보측은 盧후보에게 유리하게 나온 방송 3사의 여론조사, 김운환 전 의원의 전격 구속, 유종근 전북지사(구속)에 이은 한화갑(韓和甲)고문 등 잇따른 후보사퇴를 꼽고 있다. 권력 핵심부에서 은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李후보측 한 참모는 "당초 시나리오는 박근혜(朴槿惠)의원을 영남 후보로 띄운다는 것이었는데 盧후보 돌풍이 일자 계획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했다. 李후보측은 "盧후보가 정계개편을 위해 후보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고 공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李후보측 움직임은 盧후보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자 중도사퇴 등 중대결심으로 가는 수순밟기란 시각도 있다.

상황이 묘해지자 盧후보측은 李후보에 대한 공세를 누그러뜨렸다. 유종필(柳鍾珌)특보는 "李후보가 3당 합당엔 참여했지만 노동부 장관 시절 좋은 정책을 편 것을 평가한다" "정체성 문제로 자긍심에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 "4·13총선 선대위원장으로 전국정당화에 많은 공이 있었다"고 李후보를 치켜세웠다.

청와대도 입조심하는 분위기다. "전면에 나서면 음모논쟁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盧후보 자신은 김심 시비에 대해 "李고문은 자신이 유리할 때는 '대통령도 당원으로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며 김심이 자신에게 있다고 하고, 불리할 때는 나한테 있다고 하는 것은 비신사적"이라고 반박했다.

구설에 오른 박근혜 의원은 "말이 안된다. 盧후보와는 지지층도 다르다"고 부인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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