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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틀은 모던풍 고가구로 살짝 멋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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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유행은 바로 이것'이라고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여러가지 스타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요즘의 패션처럼 인테리어 역시 다양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굳이 최근 트렌드를 잡아내자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적절히 섞은 인테리어가 주된 흐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고 동양적인 여백의 미와 직선미를 강조했던 젠(禪)스타일이 휩쓸고 간 자리는 이제 자연스럽고 편안한 공간이 채워나가고 있다.

ⓔ디자인 정은주 대표는 "젠 스타일은 2년 전부터 없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젠 스타일의 집이 직선적 요소와 짙은 색상을 강조해 무겁고 획일적인 분위기를 줬다면, 요즘은 좀더 밝고 자유분방한 경향을 띤다"고 말한다.

자유분방한 가운데서도 한가지 일관된 흐름은 모던풍과 앤티크(고가구)풍을 적절히 섞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의 기본 구조와 틀은 모던한 형태를 띠는 대신 가구나 조명 등을 앤티크풍으로 조화시키는 것이다.

정대표가 최근 작업을 끝낸 서울 여의도 희성이네도 이런 경향을 좇은 집. 전체적인 집구조는 도회적 느낌의 모던풍이지만 베란다를 튼 마루 끝의 장식장이나 식탁 위 조명등, 침실 가구 등은 앤티크 분위기로 꾸며 조화를 이뤘다.

희성이네 집에서 엿볼 수 있는 요즘 인테리어의 또 한가지 특징은 몇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동양 고가구뿐 아니라 서양 앤티크 분위기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앤티크풍 가구를 많이 선보이는 서울 논현동 플랜리빙 오진희 대표는 "과거에는 아주 소수만 서양 앤티크풍 가구를 찾았는데 요즘은 이런 가구를 찾는 수요가 아주 많이 늘었다"고 전한다. 또 "전체적인 집구조는 모던풍으로 단순하게 가면서도 침대나 식탁 등 가구를 통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표현하려는 요즘 인테리어 경향 탓인것 같다"고 말했다.

콘솔이나 커피 테이블 등 실용성보다 장식용으로 쓰이는 작은 가구를 동양 고가구풍으로 꾸미는 인테리어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토털 인테리어숍인 '전망좋은방'은 최근의 이같은 경향을 반영해 '뉴 오리엔탈'이란 개념의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가 내놓은 가구는 고가구 중에서도 중국 고가구다. 동양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 때문에 좀더 특색있는 인테리어를 원하는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체적인 집 인테리어가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인테리어로 옮겨가는 것과 동시에 부엌가구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부엌가구에도 짙은 색상의 젠 스타일 대신 화이트 오크 등 좀더 자연스런 느낌을 살린 밝은 톤의 목재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한샘 디자인실 이동준 과장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시커먼 젠 스타일이나 너무 차가운 성질의 메탈 소재보다 편안함을 아우른 목재소재 부엌가구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꼭 목재가 아니라 광택있는 하이그로시 소재를 쓸 때도 밝고 투명한 느낌의 화려한 색상이 주조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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