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이렇게 바꿉시다 <5>이것이 동방예의지국 매너 : "발 밟고 모른체… 무뚝뚝은 싫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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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일 월드컵대회는 두 나라 국민이 매너 경쟁을 벌이는 장(場)이기도 하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의 이미지와 일본 사람들의 몸에 밴 친절이 전세계의 눈을 통해 비교 평가되는 것이다. 굳이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갖추기는 진작부터 국제화시대의 필수요건이고, 또 그걸 모르는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은 실수했을 때 "미안하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한국인의 무뚝뚝함을 여전히 가장 불쾌한 사례로 지적한다.

지난해 말 한국에 온 미국인 리사 피크(28·여)는 "아무리 문화적 차이가 있다지만 발을 밟고도 모른 체 그냥 지나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기본예절은 순서 지키기와 소음 줄이기로 대별된다.

▶베풂 운전 운동

그중 첫째는 큰 소리로 경적을 울리고 신호가 바뀌기 전에 차량이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등의 교통문화다.

'베풂 운전을 실천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부산 교통문화 시민연합.

교통법규를 꼬박꼬박 지키고 안전띠 착용을 생활화하는 등 선진 교통문화 이루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 부산의 다른 교통관련 단체들과 연합해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통문화 혁신운동' 출범식을 했다. 또 30여명의 교통봉사대가 차량 정체지역의 교통정리와 주요 버스 정류장 질서 유지에 직접 나서고 있다.

시민들에게 친절한 버스·택시 운전기사를 추천받아 이들의 차량에 자체 제작한 스티커를 붙여준다.

이 단체 주영곤(周榮坤)사무총장은 "장방형 도로가 많고 교통체증이 심각한 부산의 특성상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교통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내가 먼저 '베풂 운전'에 나서야 전체 교통문화가 바뀔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줄서기 캠페인

1997년부터 한줄서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내일 여성센터라는 곳이 있다.

20~30여명의 회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서울역·수원역 등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매주 캠페인을 벌인다. 또 관련 홍보 비디오 2만여개를 제작해 최근 초·중·고교에 무료로 배포했다.

요즘에는 대형 건물을 지을 때 한줄서기가 가능한 구조로 시공하도록 권고하는 공문도 건축주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정미정(丁美程)사무총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외국의 한줄서기 문화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며 "월드컵 전까지 홍보활동에 총력을 기울여 한줄서기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대구공항근무 대한항공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한줄서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공항 화장실에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입·출구를 팻말로 명시해 이용객들이 자연스럽게 한줄서기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공항 안내요원이 직접 티켓창구에 서서 한줄서기 안내를 한다.

▶공공장소 휴대폰 끄기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소음을 줄이기 위해 정보통신부는 예술의전당·국립극장 등의 건물에 전파차단·진동모드 전환장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아저씨네 낙지찜'은 식당에서 음주와 고성방가를 막기 위해 손님 1인당 소주 한병씩만 판매하고 있다. 이 업소 유민수 지배인은 "흥청망청하고 시끄러운 술 문화를 바꾸고자 이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YMCA 김오열(金五烈)간사는 "무엇보다 교통질서 등의 기초 매너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월드컵을 맞아 반짝 운동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사회교육기관 등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질서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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