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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의 날> 세계 11억인구 食水 모자라 고통 : 내일 '세계 물의 날'… 심화되는 물 기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22일은 유엔이 정한 제10회 세계 물의 날이다. 유엔은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민간단체 등이 수질개선과 수자원 보전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이 날을 제정했다.

특히 올해는 1992년 '지속 가능한 개발'을 내걸었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유엔환경개발회의가 열린 지 꼭 10년째다. 그래서 유엔은 올해 행사 주제를 '개발을 위한 물'로 정했다.

리우회의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WSSD)'도 물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올해 행사는 유엔기구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www.waterday2002.iaea.org)가 주관한다.

국내에서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리는 정부 기념식을 비롯해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세계의 물 사정=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98%는 짠 바닷물. 나머지 2%도 대부분은 극지방의 빙하로 얼어붙어 있거나 땅속을 흐른다. 담수 가운데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양은 0.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구상에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 등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 11억명의 인구가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유엔 산하 국제인구행동연구소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29개 국가를 물 부족 국가 또는 물 빈곤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특히 현재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인구는 전세계 5억명 수준이지만 세계 인구가 77억~1백12억명이 될 금세기 중반에는 20억~7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분쟁 원인 제공=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해 이집트로 흘러 들어가는 나일강은 이집트 주민이 사용하는 물의 85%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 전망대로 에티오피아 인구가 50년 내에 세배로 증가할 경우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간 물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이집트·시리아·이라크 등은 수자원 확보를 위해 인접국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유엔도 수리권(水利權), 즉 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두고 벌어지는 다툼을 긴급한 국제 이슈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각국에 대화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담수 생태계 파괴=과도한 수자원 개발·이용으로 인해 담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옛 소련 지역의 아랄해(海)나 미국 플로리다주(州)의 습지 국립공원인 에버글레이즈가 대표적인 곳이다.

수자원 이용을 위해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 탓에 아랄해는 호수의 면적이 3분의1로 줄었고,에버글레이즈의 습지는 곳곳이 말라가고 있다.

또 아프리카 나미비아가 추진하는 대로 오카방고 강의 물을 취수해 다른 곳으로 보낼 경우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이 강 일대 삼각주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질 오염과 전염병=오염된 물로 인해 전세계에서 매년 2백만명 이상이 질병으로 사망한다. 장티푸스 환자도 매년 1천7백만명씩 발생한다.

아르헨티나·칠레·방글라데시·중국 등지의 일부 주민들은 유독물질인 비소로 오염된 지하수를 마신 탓에 피부색이 검게 변하고 심장병·암에 걸리고 있다.

아프리카·중동 국가와 중국·인도·스리랑카 등지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양의 불소가 들어 있는 물을 마시는 바람에 치아 에나멜 층에 구멍이 뚫리는 불소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국내 물 사정=2000년 기준으로 1인당 사용 가능한 수자원은 연간 1천3백84t.국제기구가 제시하는 물 빈곤 국가의 기준(1천t)보다는 많지만 물 부족 국가의 기준(1천7백t)에는 못미친다. 또 이는 전세계 1백55개국 가운데 36번째로 적은 양이다.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되고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는 2006년부터 연간 1억t, 2011년부터는 연간 18억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댐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공급 위주의 수자원 정책보다는 물 절약을 통해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자고 맞서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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