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스로도 "미흡한 수습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현장 1.한나라당 19일 오전 9시30분. 당사 앞에는 방송사의 중계차들이 몰려 있다. 이회창 총재의 기자회견 때문이다. 관심은 李총재가 과연 타개의 묘수를 낼까 하는 점이다.

李총재는 2000년 4·13총선 후 줄곧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정치인'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선 민주당 노무현 고문에게 세차례 연거푸 뒤진 것으로 나타난 상태. 예정된 시각에 3층 기자실에 李총재가 나타났다. 그는 "총재 경선에는 출마하나 당선 후 권한대행 체제로 가겠다"는 '당무 1.5선 후퇴'쯤으로 평가되는 수습안을 제시했다.

현장 2.민주당 오전 10시. 이낙연 대변인이 당직자 회의 브리핑에 나섰다. "국민경선이 폭발적 관심을 끌고 있다. 선거인단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누계가 66만명이었는데 하루 만에 73만명으로 늘어났다. 곧 1백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와중에 한화갑 고문이 나타났다. 그가 "광주 시민의 뜻을 수용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사퇴한다"는 성명을 낭독하고 떠난 것도 잠깐, 경선은 더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남은 네 후보의 진영은 조금이라도 흐름을 유리하게 끌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달리느라 분주하다.

정국이 급변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세,한나라당은 수세다. 민주당은 대선 후보 국민경선 흥행 성공을 무기삼아 일거에 열세를 만회하려 한다. 마치 거센 파도가 덮치는 듯하다. 여기에는 그동안 DJ정권의 실정에 대한 비판과 잇따른 재·보선 패배에 주눅들고, "어떻게 잡은 정권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빼앗기나"하는 생각에 허탈해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의 열화 같은 성원이 힘이 되고 있다. 게다가 '빌라'나 '측근'시비로 정치 무관심층까지 가세하고 있다.

李총재가 쌓고 있는 둑은 민주당의 파상공세를 막기엔 약해 보인다. 李총재 스스로 자신의 수습책에 대해 "여러분 기대엔 못 미칠지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집단지도체제나 당무 권한 분산이 담겨 있다"고 애써 강조할 정도다.

李총재의 일부 측근조차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미흡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 상심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몫이 됐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