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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세대교체론에 당권 경쟁 불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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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 “세대교체는 국민의 압도적인 요청인 만큼 국민이 깜짝 놀랄 정도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다. (1997년 대선에)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젊은 후보를 내세워 승리할 것이다.”(김영삼(YS) 전 대통령, 1995년 10월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회견)

#2.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새롭게 찾겠다. 여당도 시대를 주도하는 젊고 활력 있는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이명박 대통령, 14일 라디오연설)

여권의 세대교체를 시사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15년 전 YS의 발언을 연상시킨다. YS는 ‘차기 후보는 내가 만든다’는 의지를 강하게 풍기는 발언을 했고, 이 대통령도 여권의 권력지도에 변화를 주겠다는 뜻에서 ‘세대교체론’을 언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6·2 지방선거 결과 수도권 20~30대에서는 물론 40대에서도 10%포인트 정도 야당에 뒤진 성적표를 보고 나서 이 대통령이 근원적인 성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당에 등을 돌린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선 ‘젊은 정부, 젊은 여당’으로의 변신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참모들의 대화에선 “집권 전반기 동안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국정과제의 기초는 닦아놓은 만큼 집권 후반기엔 그걸 젊은 감각으로 요리할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대화도 오갔다고 한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단순히 ‘안정적인 국정수행을 위한 토양 다지기’ 차원에서 세대교체론을 언급한 것인지, 아니면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차기 후보자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하려는 뜻에서 화두를 던졌는지 여부다. 이 대통령이 세대교체론으로 차기 대선구도를 관리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면 그건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당장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대교체 구상은 특정인의 대권 길을 막는 것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의 속내를 놓고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핵심 참모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차기 대선 관리를 당연히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심각한 고민을 해오다 ‘이제 더 늦출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 전 대표나 차기 구도와는 무관한 발언”이라고 선을 긋는 참모들도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세대교체론은 당장 정치현장에서 현실화되는 흐름을 낳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전대) 대표 선출(7월 10~14일)을 앞둔 한나라당에선 젊은 의원들이 줄줄이 당권에 도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 직계인 소장파 정두언 의원이 15일 당에선 처음으로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너무 낡은 기득권의 이미지 때문에 중도세력과 젊은 층이 등을 돌렸다. 세대교체와 보수혁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뿐 아니라 소장파의 남경필 의원도 대표직에 도전할 뜻을 굳혔고, 권영세·나경원·홍정욱 의원 등도 전대 출마를 검토 중이다.

청와대와 정부 개편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는 인사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태호 경남도지사다. 3선의원인 임 장관에 대해 여권 핵심부에선 “정정길 현 대통령실장 후임으로 유력하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임 장관은 백용호 국세청장, 이석채 KT회장 등과 함께 청와대의 검증 리스트에 올라 있다. 김 지사의 경우 입각 가능성과 한나라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모두 거론된다. 본인은 입각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친이계 인사들은 “대권 도전 기반을 만들려면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게 낫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서승욱·정효식·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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