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인도 종교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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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라마=유일신 알라를 믿는 이슬람교와 달리 힌두교에는 수많은 신이 있습니다. 이 중 브라마·비슈누·시바신이 가장 유명합니다. 특히 태양신으로 불리는 비슈누는 세상의 악을 몰아내고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 인간의 몸을 입고 나타나는데 비슈누의 일곱번째 화신(化身)이 라마입니다. 라마는 인도 아요디야에 자리잡은 코살라 왕국의 왕자로 태어나 수많은 싸움에서 승리한 영웅입니다. 기원전 2세기께 쓰여진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영화나 TV 드라마로 제작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힌두교도들은 라마가 태어났다고 믿고 있는 아요디야에 라마사원을 지으려는 것입니다.

◇힌두 민족주의·세속주의=힌두(Hindu)란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큰 강'을 뜻하는 '신두'의 페르시아식 발음입니다. 인도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도 고유의 토착신앙인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이 힌두 민족주의입니다. 이같은 민족주의가 지나치다 보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도 생겨나겠죠. 인도는 헌법에서 '세속주의(secularism)'를 내세우고 있어요. 나라가 어느 종교편을 들어서는 안되고, 정치는 종교로부터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세속주의입니다. 하지만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1990년대 들어 인도 정치를 휘어잡기 시작하면서 세속주의가 후퇴하고 있어요.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에서 이슬람교도 수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에는 지금도 '카스트'란 신분제도가 있어요.'달리트'란 계층은 '불촉민(不觸民)'이라고 해서 가장 천시당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슬람교는 누구나 신 앞에서 평등하다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힌두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하는 달리트층이 늘고 있는 겁니다.

◇RSS(민족자원봉사단)·VHP(세계힌두교협회)=48년 간디는 이슬람과 힌두교도들의 융합을 호소하다 극렬 힌두 민족주의 단체 소속 청년이 쏜 총탄에 맞아 숨을 거뒀습니다. 그 단체가 바로 RSS입니다. 25년 생겨난 이 단체는 인도 고유의 전통을 지키고, 힌두 민족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젊은이들을 모아 훈련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VHP는 RSS 출신의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64년에 만든 조직으로 각종 사회운동을 합니다. 아요디야에 라마사원을 세우려는 운동의 배후에 RSS와 VHP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BJP(인도인민당)=80년 생긴 정당입니다. 84년 치른 총선에서 단 두개의 의석밖에 차지하지 못했으나 이후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힘을 키우기 시작해 96년 의석 수가 가장 많아졌습니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도 이 당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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