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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쇠기러기 한 마리

잠시 앉았다 떠난 자리에 가보니

깃털 하나 떨어져 있다

보숭보숭한 깃털을 주워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머물다 떠난 자리에는

이런 깃털조차 하나 없을 것이다

하기야 깃털 따위를 남겨 놓은들

어느 누가 나의 깃털을 눈여겨 보기나 하리

-이동순(1950~ ) '쇠기러기의 깃털'

오늘 의미 없이 보낸 하루는 어제 우리가 그렇게 보고 싶던 내일이다. 남기고 싶지 않아도 흔적은 남고, 바꾸고 싶지 않아도 모든 것은 바뀐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여 지나가거라. 내 생애는 높은 층계가 못 되었으니 슬프구나. 누가 내 젖은 발자국을 보기나 할까.

천양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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