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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국민 등에 칼 꽂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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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참여연대가 클라우드 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는 A4 용지 20장 분량의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로 해명되지 않는 8가지 의문점’이라는 제목의 이슈 리포트라는 보고서가 주된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지난달 25일 작성했다. 국내 언론에 보도 자료로 뿌려졌고, 참여연대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게시돼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평화군축센터는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과 2명의 활동가, 센터장인 구갑우 소장(경남대 산하 북한대학원대학 교수) 등 4명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구 소장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주에 회의를 열어 이슈 리포트 발송을 결정했다. 자세한 것은 지금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이번 서한 발송은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국제적 의사소통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이적행위나 NGO로서 도를 넘어선 활동이 아닌 통상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정부가 서둘러서 내린 결론에 한국 시민사회에서 이견이 있다는 것 정도는 국제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처장은 이라크파병 반대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 다른 평화군축센터 관계자는 “정부와 다른 시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보낸 것이다.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참여연대의 공식 입장과 달리 내부에서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실무진이 안보리에까지 서신을 발송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조언을 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시민단체 활동가의 비전문적인 문제 제기를 국제사회에까지 전달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활동기구 중심의 의견이 다소 거칠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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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국민 대다수의 시각을 외면하고 국제사회에 천안함 폭침에 대한 국내 여론을 비틀어 호도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도리와 정도를 한참이나 벗어난 것”이라는 논평을 했다. 이어 “국민 대다수가 그들에게 부여하지 않은 권리와 대표성을 가지고 유엔 안보리를 직접 상대하겠다고 나선 것은 뭐라 변명해도 오만과 독선이다”고 주장했다.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유엔본부 회의장에서 안보리 전체 이사국을 대상으로 천안함 사태 브리핑을 할 중요한 시점에 그런 서한을 보낸 것은 천안함 46인의 생명을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갈망하는 국민의 등에 칼을 꽂는 반국민적인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강기헌 기자



참여연대는 운동권 출신 많아 … ‘좌편향’ 평가

참여연대는 1994년 9월 출범했다. 당시 ‘참여 민주사회와 인권을 위한 시민연대’라는 공식 명칭을 줄인 것이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80년대와 90년대의 학생 운동권 출신이 실무진으로 다수 포진하고 진보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보수단체로부터 ‘좌편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창기에 의정감시센터, 사법감시센터, 공익소송센터, 내부자고발센터, 인권센터, 사회복지특별위원회 등의 활동기구를 뒀다. 97년에는 경제민주화위원회를 만들어 감시 대상을 기업으로 확대했다. 평화군축센터는 현재 운영되는 13개 활동기구 중 하나다. 지난해 수입은 16억여원, 지출은 14억여원이었다. 전국 10만여 명의 회원으로부터 받는 회비와 후원금, 사업 수익 등이 주 수입원이다. 2008년 전체 수입 중 회비 비율은 63%였다. 정부 지원금 거부 원칙을 세우고 재정 독립을 강조해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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