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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로봇’ 메시 1대1로는 못 막는다, 공간을 내주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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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리오넬 메시(오른쪽)와 정인성씨. [중앙포토]

결국은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의 싸움이다. 17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 B조 2차전에서 한국은 강적 아르헨티나와 맞붙는다. 박지성이 중원에서 맞닥뜨릴 메시를 1차 봉쇄해야 아르헨티나의 예봉을 막아낼 수 있다. 박지성은 2008년 4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풀 타임을 뛰면서 메시를 철저히 봉쇄했고, 맨유는 1-0으로 이겼다. 적을 알아야 이긴다. 현존 최고의 축구선수 메시의 모든 것을 분석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과연 메시는 언제부터 축구를 잘했을까. 또 유소년 시절에는 어떤 선수였을까. 남아공 월드컵 B조 2차전에서 태극전사들이 상대할 메시를 그의 유소년팀 동료였던 정인성(23)씨를 통해 알아봤다.

#메시는 ‘축구감옥’ 출신

한국이 아르헨티나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현역 세계 최고 스타인 리오넬 메시다. 메시를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경기 승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사진은 14일(한국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는 메시. [프리토리아 AP=연합뉴스]

메시는 2009년 연봉과 광고 등을 통해 500억원 이상을 벌었다. ‘축구의 아이콘’ 데이비드 베컴(440억원)을 넘어선 축구 선수 최고 수입이다.

이런 메시지만 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절엔 밥도 마음대로 먹지 못했다. 칸테라(바르셀로나 유스팀)는 메시에게 축구감옥이었다. 먹는 음식과 주말 사생활까지 간섭했다. 체지방 검사를 통해 매달 그의 식단을 정했고 식단표에 없는 음식은 절대 먹을 수 없었다. 또 주말 오후 유소년팀 동료들이 레스토랑·클럽 등으로 외출을 나갈 때도 메시는 마시아(MASIA·바르셀로나 클럽하우스)에 머물러야 했다.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대신 칸테라는 메시에게 개인 교사를 붙여줬다.

칸테라가 메시를 철저히 관리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 메시는 11세 때 성장호르몬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메시와 메시 가족에게 “성인이 돼도 키가 1m50㎝를 넘기 어려우니 운동을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권유했다. 축구를 포기하려고 했을 때 메시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바르셀로나 구단이 치료를 해보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을 받고 메시는 가족과 함께 2000년 바르셀로나로 거처를 옮겼다. 바르셀로나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소년에게 한 달에 치료비로만 1000달러(약 120만원) 이상을 썼다. 하지만 메시의 키가 얼마나 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정씨는 “가끔 메시를 보면 축구를 위해 칸테라에서 키워지는 로봇 같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메시가 한 번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시는 그 뒤 1m69㎝까지 키가 컸다.

#16세 때 이미 ‘축구의 신’

축구팬들이 메시를 보고 감탄하는 이유는 자신보다 10~20㎝나 큰 수비수들을 순식간에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리는 개인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시를 유소년 시절부터 지켜본 사람들은 메시의 개인기에 놀라지 않는다. 당연하다는 듯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다 이유가 있다. 메시는 16살 때부터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축구의 신’으로 통했다. 키가 작고 지금보다 조금 더 말랐었지만 실력은 그때도 대단했다. 경기 때마다 3~4명을 따돌리고 골을 넣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상대 수비수들이 메시의 기량에 감탄해 본분을 잊고 개인기를 구경하는 일도 있었다. 상대팀에서 메시를 막기 위해 대인마크를 펼쳤지만 모두 소용없는 일이었다. ‘최고 중의 최고’가 모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그는 군계일학이었다.

나중에는 메시가 볼을 잡으면 상대팀이 반칙으로 끊는 경우가 많았다. 메시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페널티킥을 많이 얻어냈고 이는 승리로 이어졌다. 상대의 감정 실린 반칙에도 메시는 쉽게 흥분하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16살 때부터 집중 견제를 받은 까닭에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일찌감치 깨우친 것이다.

#메시의 애칭은 레오(Leo)

맨유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의 애칭은 ‘지(Ji)’다. 메시도 애칭이 있다. 바로 ‘레오’다. 정씨는 “유소년 때부터 팀 관계자들이 메시를 ‘레오’라 불렀다. 지금도 바르셀로나 동료들은 메시를 레오라 부른다”고 말했다. 레오는 2008년까지 유소년팀 동료들의 친목 모임에 나왔다. 물론 지금처럼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전이었다. 정씨는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모임을 열었는데 메시도 꼬박꼬박 나왔다. 먼저 얘기를 하기보다는 동료들의 얘기를 듣고 웃어주는 편이었다”고 회고했다.

#1대1로는 막을 수 없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메시 방어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정씨는 “대인방어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정씨는 “6개월 동안 자체 연습경기를 하면서 메시와 1대1로 마주칠 때가 많았는데 반칙밖에 막을 방법이 없었다. 지금도 맨투맨 방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신 정씨는 메시의 특징을 설명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메시 드리블의 특징은 짧은 스텝과 빠른 스피드다.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 메시에게 공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 또 10번 중 7번은 왼발 안쪽으로 볼을 차고 간다”고 조언했다.

김종력 기자

◆정인성은=1987년생. 서울 태릉중 3학년이던 2002년 스페인으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2002~2003시즌 카탈루냐 유소년팀에서 30경기에 출전해 25골을 기록했다. 이후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16∼17세)으로 옮겨 6개월 동안 리오넬 메시와 함께 훈련했다. 2004~2005시즌 연습 경기 중 왼쪽 무릎 안쪽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바르셀로나 성인팀에 합류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지금은 (주)코리아이엠지 해외사업팀장으로 변신해 한국 유소년 선수들의 스페인 축구유학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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