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홍명보 "내가 리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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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홍명보의 포지션은 분명히 중앙 수비수다."

거스 히딩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프리카의 강호 튀니지와의 평가전(13일 오후 11시·한국시간)에 대비한 구상을 드러냈다.

히딩크 감독은 11일 "홍명보의 중앙 수비수 복귀와 송종국의 미드필더 기용은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할 대표팀을 짤 때부터 계획했던 일"이라며 튀니지전에서 홍명보를 중심으로 한 스리백 라인을 가동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전날 전술훈련에서 홍명보(33)가 가운데 서고 왼쪽에 김태영(32), 오른쪽에 최진철(31)이 나란히 서는 '노장 트리오' 스리백이 처음으로 손발을 맞췄다.

홍명보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고 공·수를 조율하는 리베로 자리는 가장 편하고 잘할 수 있는 자리"라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온 일대일 대인마크 능력과 상대적으로 '느린 발'에서 오는 수비 허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수비진을 지휘하며 경기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은 나무랄 데 없지만 수비력 부족이라는 치명적 결함 때문에 대표팀 관계자들 사이에서 홍명보의 대표팀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홍명보가 튀니지전에서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얻는다면 불똥은 송종국에게 튄다. 북중미 골드컵을 통해 중앙수비수 능력을 인정받은 송종국은 이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

미주 원정 마지막 경기였던 우루과이전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무난히 해내 튀니지전에는 문제없이 기용될 수 있지만, 윤정환이 대표팀에 추가로 수혈되는 20일 핀란드전부터는 플레이메이커 자리를 놓고 경합해야 한다. 오른쪽 날개(윙백) 자리는 최태욱·최성용 등이 버티고 있어 역시 경쟁률이 높다. 팀 내 연쇄 자리이동이 일어날지 관심거리다.

설기현의 대표팀 합류 지연으로 최전방 공격수간 주전 경쟁률은 낮아졌다. 히딩크 감독은 "설기현이 합류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동국·차두리·안정환 등 3명의 스트라이커를 쓸 수 있어 튀니지전을 치르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11일 오전 선수들이 경기 중 실제 뛰는 흐름과 비슷하도록 '걷기-달리기-전력질주-걷기' 등의 순서로 이어진 강도높은 파워 프로그램 훈련을 90분간 실시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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