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국가과제 <8> 시위, 남에게 피해 없게 (上) : 교통마비… 확성기 소음… 차도행진 엄격히 규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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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심 대로를 멋대로 점거한 시위대의 무질서와 횡포에 시민들은 이제 넌더리를 낸다. 심한 체증으로 운전자·승객들의 짜증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주변 상가의 재산 피해도 적지 않다.

"큰 시위가 있는 날은 식사고 용변이고 꾹꾹 참아야 한다. 그러고도 배차시간을 못 지켜 하루를 완전히 잡친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것인가." 정릉교통 버스운전기사 朴모(36)씨의 울화통이다.

집회·시위가 헌법상 보장된 권리라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제3자의 권리도 마땅히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도심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가두시위는 많은 시민의 희생을 강요하기 일쑤다. 막무가내식 가두 시위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건국대 법학과 손동권(孫權)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집단행진을 무조건 허용토록 한 집시법 조항을 삭제하고 소음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가 자유로운 나라로 인식돼 있는 미국·영국·일본 등에선 제3자 피해 방지를 최우선 조건으로 삼는다.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마다 민간 원로로 구성된 공안위원회가 도심 행진을 사전에 허가하거나 조건을 부과한다. 이를 어기면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는다.

지난해 전국의 시가지 행진·집회는 1천2백58건. 도로 점거나 시설 습격, 화염병 투척 등 폭력성이 동원돼 불법으로 요란하게 치러진 것도 2백15건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보상받은 시민은 거의 없다.

서울 종로구청은 지난해 3월 31일 민주노총 등 35개 단체의 종묘공원 집회(1만3천명 참석)로 인한 피해를 돈으로 따져보았다. 교통 정체로 인한 차량 연료비와 손실된 시간에 해당하는 가치 비용(인건비 성격)만 하루 17억1천7백만원이었다.

이 방식으로 지난해 전국에서 1천명 이상이 참여한 가두시위 2백2건이 남긴 피해액을 계산하면 2백억원이 넘는다.

확성기 시위도 늘 악몽이다.

취재팀이 이달 들어 서울 도심에서 열린 두 시위(동대문전화국 앞, 조흥은행 본점 앞)의 소음을 종로구청에 의뢰해 측정한 결과 83~91㏈(데시벨)이 나왔다.

집중력 저하·혈관 수축·영구적 난청을 유발할 수 있는 수치 70~90㏈을 모두 넘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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