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명랑소녀 성공기'로 2년 만에 안방극장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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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터프가이라 불리는 한 남자가 있다. 운동으로 단련된 긴장된 몸, 고교시절 바닷바람이 태운 구릿빛 피부, 반항적인 눈빛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세상에 달관한 듯 가끔씩 씨익 웃어젖히는 미소는 덤이다.

장혁(27). 영화 '화산고''정글쥬스'를 통해 충무로에서 활약하던 그가 2년 만에 TV로 돌아왔다. SBS 새 미니시리즈 '명랑 소녀 성공기'의 남자 주인공 한기태 역이다.

"'정글쥬스'에서 양아치 역을 맡았는데 그 이름도 기태였어요. 주인공 이름이 같은 것 하나로도 무척 애정이 가네요."

극중 기태는 냉철하고 이지적인 인물.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강남 땅 외엔 밟지 않는다"는 소신으로 귀하게 자란 남자다.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정에 목말라하던 그는 시골에서 상경한 차양순(장나라)의 순수함과 당당함에 점차 빠져든다.

"그간 드라마에서 단골로 나오는 왕자형 인물이라 좀 식상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저는 좀 색다르게 표현할까 해요. 기태는 항상 뭔가 부족해 불안해하는 인물입니다. 미성숙한 그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어요."

장혁은 이 대목에서 "제목은 '명랑 소녀 성공기'지만 '기태의 사람되기'라는 부제도 있다"며 농을 던졌다.

장혁은 겹치기 출연을 가급적이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일단 배역을 맡으면 끊임없이 생각하고 철저하게 분석한다. 그간 '학교' '햇빛 속으로' 등을 통해 터프가이 이미지를 굳혀온 그는 SBS '왕룽의 대지'의 시골 건달 봉필이를 전환점으로 삼았다. 꽃무늬 셔츠에 어색한 발음의 '필(feel)'을 외쳐대는 천방지축 농촌 총각으로 단색조의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역할도 새롭다.

"양복을 입어본 적이 없어요. 항상 교복 아니면 가죽점퍼 차림이었죠. 요샌 기태 역에 적응하기 위해 일부러 양복과 넥타이를 꼭 하고 다녀요. 좀 어색해 보이죠?" 준비 역시 프로답다.

'명랑 소녀 성공기'는 별볼일 없는 여자가 남자의 도움으로 성공한다는 점에서 '미스터Q''토마토'의 재탕이라는 지적도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벼르는 장혁의 몫이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일하는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그는 이 드라마가 끝나는 대로 SBS 사극 '대망'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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