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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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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일간지 북 섹션들의 차별성을 못 느낀다. 굳이 나눠보자면 중앙일보·문화일보가 대중적인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책 정보지 월간 『text』 3월호에 익명을 요구한 출판사 편집자 두 명의 인터뷰 글에서 그런 구절(35쪽)을 눈여겨 읽었습니다.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은 일단 '숙제'로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만,"대중적 읽을거리도 외면하지 않는다"는 '행복한 책읽기'의 편집원칙은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해나갈 생각입니다.

그 원칙 때문에 대중출판 지면도 운용해온 우리는 이번 주에 스페인 작가의 대중소설 번역본 두 권을 전진배치했습니다. 이유는 두겹입니다. 대중소설이면서도 서양의 지적(知的) 전통을 바탕에 깐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 레베르테의 읽을거리를 즐겨보시라는 권유가 우선입니다. 또 하나는 '유럽문학의 뒷심'을 보여주는 이 작품을 통해 오그라드는 궁핍한 국내 문학의 체질개선을 촉구하려는 의도를 동시에 담으려 했습니다.

궁핍함이란 시대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치 못하고 있고, 엄숙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학 때문입니다. 그것을 이윤기는 기고 '레베르테 코드 읽기'를 통해 "내부자 거래 수준의 '안을 향한 문학'"이라고 자기 반성을 합니다.'조우석이 본 책과 세상'에서는 구체적인 제안을 던집니다. 추리·멜로·호러 등 장르문학을 키우기 위한 대중문학지를 범 출판계 형태로 창간하자는 아이디어가 그것입니다. 책 소개 지면을 넘어 어젠다를 만들어내려는 '행복한 책읽기' 지면을 즐겁게 음미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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