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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규명 ? 친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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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재현 사회부 기자

12일 만난 검찰의 한 인사는 "이번 기회에 '퇴행(退行)의 효과'를 거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북한 노동당 가입설'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을 두고 하는 말이다.

10여년 전의 케케묵은 일이 느닷없이 불거지면서 한국의 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지만 무턱대고 덮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뒷걸음' 속에서도 챙길 건 챙겨야 한다는 것이 이 인사의 얘기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의 수단으로 젊은 시절 이상적 사회주의, 나아가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했던 지식인들이 없지 않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사상적 오류를 시인한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자본주의 체제를 의심하며 고루한 북한식 사회주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의원의 입장에선 과거의 죄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4년간 옥살이를 했고, 사면.복권을 통해 유권자의 심판까지 받은 상황에서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 대치 상황과 유신 독재시대의 민주화 운동을 거친 우리 사회에선 '제2의 이철우 사건'이 언제든 터져나올 개연성이 있다. 마침 국회에선 과거사규명법을 만들어 일제시대의 친일행적을 파헤칠 계획이다.

또 박정희 시대의 독재 행위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는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올바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친북 행위도 과거사 규명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특정인의 과거를 들춰 마녀사냥식으로 단죄하자는 뜻이 아니다. "친북활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들이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지"를 검증해보자는 취지다.

그러기 위해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돈에서 벗어나 건전한 이념적 가치관을 만들어 더 이상 소모적인 사상 논쟁은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 새로운 접근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이 의원 사건은 우리에게 이 같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박재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