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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소장파 사이 … ‘김무성의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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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2 지방선거가 끝난 뒤 한나라당에선 뭔가 결정할 일만 생기면 김무성(사진) 원내대표를 찾는다. 정몽준 대표가 사퇴한 뒤 그는 비상대책위원장 직함까지 맡고 있다. 한나라당이 생긴 뒤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한 사람이 다 하는 건 처음이다. 그는 몰려든 일감 때문에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고 하소연한다.그런 그의 정치 행보가 여권에서 화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싱가포르 방문차 출국하는 날인 지난 4일, 김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과 독대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 “원희룡 의원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다녀와서 다시 논의해 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귀국한 뒤 당 사무총장은 친이계인 이병석 의원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청와대와 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9일 당 내에선 이 의원의 사무총장 내정설이 확인됐고,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확정될 거라는 얘기가 전해졌다. 그러나 이 의원에 대한 임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의 결단 때문이다.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은 이 의원 임명에 반대했다. 일부 중진 의원들과 친박계 내에서도 “지금 이 시기에 친이 색채가 강한 이 의원을 임명하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와의 조율 끝에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상임위원장단 구성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일부 의원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특정 상임위를 맡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의사를 더 존중했다. 비대위 구성과 7·28 재·보선 공천심사위 구성에서도 그는 초·재선 그룹과 친박계를 배려했다. 비대위원 14명 중 초·재선이 5명이나 포함됐다. 공심위엔 안홍준·이혜훈 의원 등 친박계 비율이 친이계보다 더 높아졌다.

그렇다고 김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건 아니다. 초선 의원들의 쇄신 칼날이 청와대를 겨누자 “대통령의 뜻을 사사건건 가로막아선 안 된다”며 이들을 타일렀다고 한다. 지방선거 패인에 관해선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 소장파 정태근 의원은 “비교적 정치력을 잘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7월 10~14일 전당대회=한나라당의 임시 지도부인 비대위는 11일 첫 회의에서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다음 달 10~14일 중 하루에 열기로 결정했다. 당 내에선 7·28 재·보선 전에 하자는 의견과 후에 하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지만 김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가영·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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