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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울 구청장 출마 예상자 분석 : 종로·동대문·영등포 10대 1 넘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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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의 기초단체장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다. 지역색이 비교적 옅은 이곳의 선거 결과에 따라 '8·8 국회의원 보선'과 연말 대선의 판세를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25개 구청장 자리를 놓고 4일 현재 모두 1백39명이 출마 의사를 밝혀 평균 5.5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벌써 한나라·민주당이 후보자 경선에 들어가는 등 일찌감치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1998년 선거 당시 19곳을 휩쓸었던 민주당의 '집권당 프리미엄'이 줄어든 데다 최초의 구청장 후보 경선, 물갈이론 등 변수가 많아 곳곳에서 접전이 예상된다.

◇치열한 당내 경선=한나라·민주당의 절대 강세 지역에서는 당내 후보경선 통과가 당선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지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동대문구에선 한나라당 구청장 후보 지망자가 8명이나 경합 중이다.

재출마를 밝힌 민주당 소속 한 현직 구청장도 "본고사(선거)보다 예비고사(경선)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4월 말까지 진행될 양당의 서울지역 후보 경선에선 이변이 속출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두 곳에서 경선을 치른 한나라당의 경우 파란의 연속이었다.

중구에선 정치 초년생인 성낙합 지구당 부위원장이 서찬교 강동구 부구청장을 물리쳤고, 서대문구에서는 현동훈 변호사가 서대문구청장을 지낸 조광권씨 등 3명을 누르고 경선을 통과했다.

◇격전=현직 구청장 가운데 종로구(보선출마 사직)와 영등포구(구속)를 제외한 23명이 모두 출마의사를 밝혔다.

또 기초의원과 시의원이 43명이나 되는 등 전체 출마예상자 1백39명 가운데 시민들에게 비교적 얼굴을 자주 내민 정치인이 60%(지난 선거 40%)를 차지해 막판까지 혼전을 벌일 전망이다. 출마예상자는 민주당이 73명(53%), 한나라당 60명(43%), 자민련·무소속이 각각 3명(4%)으로 집계됐다. 자민련 9명, 무소속 14명이 출마한 지난 선거와 비교하면 양당 대결 구도가 심화한 것이다.

최대의 격전지는 종로(11명)와 동대문(11명)·영등포(10명)가 꼽힌다.종로와 영등포는 현직 구청장이 없는 '무주공산'이고, 동대문구는 민주당 경선과 한나라 후보들의 옥석 가리기가 관심거리다.

반면 서초구는 조남호(한나라)구청장과 한봉수 서울시의원(한나라)·차일호(민주당·환경업체 운영)씨가,서대문구는 이정규(민주)구청장·문석진(민주·공인회계사)·현동훈(한나라·법조인)씨 등 3명만이 출마의사를 밝혀 경쟁률이 가장 낮다.

◇정당 바람 부나=고건(高建)서울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이번 구청장 선거도 정당 바람이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야의 대권후보와 서울시장 후보에 따라 구청장 선거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주용학(행정학 박사)전문위원은 "역대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의 인기도가 같은 당 소속 기초단체장의 득표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지난 선거 때 한 명도 당선하지 못했던 무소속 출마자들의 약진 가능성도 새로운 변수로 꼽힌다.

아직은 무소속 출마 선언자가 3명뿐이지만 여야의 경선이 끝나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탈락자들이 대거 당적을 이탈해 출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성 후보 늘어=8명이 첫 여성구청장에 도전한다. 민선 1,2기 때 각각 1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린다'는 중앙당의 전략에 따른 지원사격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종로구 양경숙(40),구로구 이영순(55), 강동구 이금라(51), 은평구 송미화(41)시의원이, 한나라당에서는 용산구 이정은(62)시의원이 후보 경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민선 1,2기 때 유일하게 무소속 여성 구청장에 도전했던 도봉구의 최순자(48)씨는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키로 했다.

또 의사 출신인 문용자(65·한나라)전 시의원은 강남구에서,김희정(57·민주당)씨는 마포구에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신진들의 도전=출마 예상자의 73%인 1백2명이 처음 구청장 선거에 도전하는 새내기들.

두번 연속 고배를 들었거나 한번 낙선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각각 3명과 11명에 불과하다. 시민·사회단체 출신이 준 반면 새내기 중 상당수는 지방의원이나 지구당 터줏대감으로 바닥사정에 밝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물갈이론'.

P씨는 "단체장의 방만한 행정을 깰 유일한 대안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라며 "지난 총선 때처럼 '바꿔 열풍'이 불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양영유·백성호·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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