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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실용] 한류 뜨기 전부터 한국은 내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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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의 일본인, 한국에 빠지다
조양욱 지음, 마음산책, 224쪽, 9000원

조양욱(52)씨는 ‘나홀로’ 일본문화연구소 소장이다. 한국사회의 민족감정이 반일(反日)로 흐르던 시절부터 일찌감치 일본통으로 길을 닦았다. 일간지 도쿄 특파원을 지냈고 『일본, 키워드 99』『짚신 신고 사쿠라를 보아하니』등 일본 관련서 10여 권을 냈다. 그가 1994년 창간한 무료 월간지 ‘목근통신’은 한국과 일본이 상대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용쓰는 목소리로 알음알음 독자층을 넓혀갔다. 오죽하면 정호승 시인이 ‘일본은 조양욱 삶의 심장과 같은 부분’이라 하고, 한수산 작가가 ‘조양욱은 한·일 간에 놓여 있는 언어의 징검다리’라 했을까.

한국이 일본과 국교를 다시 맺은 지 40년을 맞는 2005년을 바라보면서 조씨는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인 열 명을 떠올렸다. “그들의 사연을 통해 불혹에 이른 두 나라의 어제를 짚어보고 내일의 희망을 점치고자” 한 지은이의 바람이 글마다 서려 있다. 우리의 단점보다 장점을 알아주며 이웃사촌을 챙기는 그들의 마음으로 한·일 국교 정상화 40년을 맞자는 우정어린 제안이다.

소설가 사기사와 메구무(1968 ~2004)는 불리할 걸 알면서도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개나리도 꽃 사쿠라도 꽃’이라 외쳤다. ‘한국 관련 특집은 다 내 손 안에 있소이다’라고 큰소리 치는 기무라 요이치로(33·NHK 프로듀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사계절 여행을 한 하이쿠 시인 마유즈미 마도카(42), 죽어라 하고 한국인만 찍는 사진가 야마모토 마사후미(55),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음악을 무기로 한·일 우호 전도사 구실을 하고 있는 사와 도모에(33)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조씨의 평생 친구들은 이미 ‘한류(韓流)’를 넘어선 한국 사랑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싸움질이나 부추기는 심보 사나운 국수주의자들에게 혹하지 않은” 보통사람의 따뜻함으로 민족감정을 넘어 새 관계의 당당한 역사를 열자고 말한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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