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정치자금 전모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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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주당 김근태 고문이 "2000년 8·30 최고위원 경선 때 당 원로인 권노갑(權魯甲)씨에게서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고 한 데 대해 權전고문이 4일 이를 시인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이날 "소문으로만 나돌던 權전고문의 거액 정치자금 살포설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며 "權전고문은 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얼마만큼 조달했으며, 누구에게 지원했는지 내역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관계기사 3,4면>

이에 앞서 權전고문은 "민주당이 전국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최고위원 선거 당시 지역별로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이 당선되도록 지원했다"며 "김근태·정동영(鄭東泳)의원은 그 때만 해도 나와 가깝게 지내던 사이여서 2천만원씩 지원했다"고 시인했다.

權전고문은 지원 자금 출처에 대해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려고 준비했던 것으로, 집사람이 13년 동안 식당 두곳을 운영해 모은 은행 예금과 계를 들어 현금으로 갖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權전고문이 金·鄭의원 외에도 상당수의 경선 출마자에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정치자금을 차등 지원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權전고문이 경선 직전 정치자금법에 규정된 절차를 밟지 않고 최고위원 후보들에게 돈을 지원한 것은 정치자금의 불법 제공에 해당될 수 있다. 검찰 수사로 위법 사실이 밝혀지면 權전고문은 물론 자금을 지원받고도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정치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金고문 등 8·30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했던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게까지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대검 공안부(李廷洙 검사장)는 "선관위의 고발 여부와 관계없이 여러 정황을 확인해 나가겠다"면서 수사 착수 방침을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 대선 후보 경선 절차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경선 절차가 끝난 뒤 사실 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민주당의 경선이 끝나는 다음달 27일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정민·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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