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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끈 '철길을 살리자'기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2월에는 한달 내내 철도가 온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설날 실향민들이 도라산역에서 차례를 지내는 모습을 보며 통일된 한반도를 기차로 달릴 날을 기대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심란했던 우리의 마음은 한·미 양국의 대통령이 도라산역에서 평화통일을 강조하는 연설을 들으면서 조금 풀렸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와 안도가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우리는 전국 열차의 70%가 멈추는 (2월 26일자 1면)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일보가 철도에 보여준 관심은 지대한 것이었다. 우연인지 몰라도 노사간의 충돌이 한창이던 25일과 27일에 게재된 '업그레이드 코리아-철길을 살리자' 기획은 도로에 편중된 교통체계를 철도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는 한편 민영화를 통한 경영 합리화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다만, 철도가 아무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교통체제의 획기적인 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논조가 기사 전체를 지배한 것이 문제다. 화급한 과제를 얘기하면서 자칫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 다른 교통산업(예를 들면 자동차산업)과의 조정, 인력운용과 민영화에 대한 의견 수렴 등의 중요성을 너무 고속으로 지나치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기간산업 노조의 파업을 전하는 기사들 중 '철도노조 할 말 있는 파업'(27일자 26면)은 철도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다룸으로써 공영화든 민영화든 합리적인 노동체계의 확립이 핵심 과제임을 보여준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반면 '발 묶으면 어쩌라고…여론 안 무섭나'(26일자 26면)는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을 다양한 취재를 바탕으로 균형있게 전달하고도 제목을 익명의 네티즌의 글에서 따옴으로써 편향됐다는 느낌을 줬다.

지난달에는 또 '얼음판 위의 비극'이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결국 김동성은 빈손으로 귀국했고 국민은 그에게 사제(私製) 금메달을 걸어주는 것으로 분노를 달래야 했다. 그래도 울분을 삭일 수 없었던 일부 네티즌은 그들의 사전에 비겁하다 혹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는 뜻의 '오노스럽다'는 어휘를 추가했다. '오노스럽다'의 유사어로 '리자준스럽다'가 회자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봐도 석연치 않은 것이 하나 있다. 한국 선수단이 서슬이 퍼렇게 스포츠 중재 재판소에 호주 심판을 제소했건만 너무도 허무하게 기각당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다른 강력한 항의 수단들이 공포(空砲)에 그치고 만 까닭은 무엇일까. 25일자 42면 '스포츠 외교 엇박자'는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간략한 대답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스포츠 중재 재판소의 판결 원칙을 소개하고 이번 기각 결정이 이 원칙에 근거한 것임을 밝힌 것은 분노 속에서도 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앞으로 스포츠 관련 국제기구의 판도나 한국 스포츠 외교의 현황·문제점을 짚어주는 심층 기획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중앙일보는 신문의 섹션화를 선도했다. 그런데 이 섹션들은 많은 양의 광고전단과 함께 배달된다. 분주한 아침 시간에 전단지 더미와 섹션을 가르다 보면 과연 내가 모든 섹션을 다 골라낸 것인지 개운치 않은 경우가 많다.1면에 오늘은 몇 면을 발행한다고 매일 명기하면 섹션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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