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난민촌 공격 19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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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팔레스타인 난민촌 두 곳을 공격해 일곱살된 어린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18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병대의 반격으로 이스라엘 군인 1명도 숨졌다.

이스라엘군이 난민촌을 직접 공격한 것은 양측간 분쟁이 다시 격화된 200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재개된 양측간 안보회담과,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 급부상 중인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중동평화안 실현에도 암운이 드리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 팔레스타인 여대생(21)이 이스라엘군 검문소 인근에서 자살 폭탄테러를 벌인 지 수시간 뒤인 이날 아침 탱크·헬기의 엄호 아래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발라타·제닌 등 난민촌 두 곳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발라타 난민촌 진입로를 봉쇄하고 9개 건물을 장악했으며 제닌 난민촌도 탱크를 앞세워 3개 방면에서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7개월 동안 팔레스타인 도시에 여러차례 진입, 보복전을 펼쳤으나 27곳에 달하는 서안·가자지구 난민촌에는 공격을 삼가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격에 대해 "두 난민촌은 테러범들의 거점"이라며 "테러범에겐 숨을 곳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공격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1일 오전 제닌 난민촌에 재차 진입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탄력을 받기 시작한 사우디아라비아 평화안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공격을 비난했다.

한편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국장과 윌리엄 번스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달 2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전격적으로 방문해 압둘라 왕세자를 만나 이스라엘의 아랍 영토 철수를 대가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평화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미 관리들이 밝혔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유럽·러시아·미국이 모두 압둘라 왕세자의 평화안을 지지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역시 미국에 달렸다"며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 역사적인 평화안을 실현시켜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27일 오후 유엔에 압둘라 왕세자의 중동평화안을 공식 상정했으나 이스라엘에 대해선 '조직적인 테러범'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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