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지는 여야 親日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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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1절 83주년을 맞은 1일 여야는 '친일파 논쟁'으로 격돌했다.'민족 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전날 공개한 반민족 행위자 명단(7백8명)이 불씨가 됐고, 민주당이 한나라당 이회창(會昌)총재 부친의 친일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공방은 더 거칠어졌다.

민주당 정동영(鄭東泳)고문은 보도자료에서 "일제 하 총재 부친이 창씨개명하고 조선총독부 검사보를 거쳐 검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것은 명백한 친일 행위"라며 "총재는 부친의 친일 행적에 대해 고백하고 국민적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대변인실도 공식논평을 내고 "총재는 알량한 변명보다 솔직한 고백과 참회를 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은 또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의원의 부친이 친일파 명단에 포함된 점을 지적하며 "총재와 崔의원 부친의 일본 이름이 공교롭게도 '마루야마(丸山)'였다는 사실은 기막힌 우연"이라고 비꼬았다.

한나라당은 즉각 "일제 때 공무원을 했다면 전부 친일파라는 인민재판식 논리는 척결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개혁 후보니,젊은 정치니 하던 鄭씨 역시 DJ식 왜곡 정치의 후계자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鄭고문을 겨냥했다.

南대변인은 또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인 은사를 찾아가 창씨개명한 이름인 '도요타'를 자처하지 않았느냐"며 "'도요타 정권'의 중상모략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흥분했다. 7백8명의 명단을 놓고도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민주당은 "곡절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의원들의 노력이 첫 결실을 본 것은 뜻있는 일"(淵 대변인)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족 정기는 바로 세워야겠지만 친일파는 객관적 자료와 공과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명단 선정 작업에 관여했던 한나라당 서상섭(徐相燮)의원은 "자유당과 박정희 정권 당시의 자료가 없어 이번 심사 대상에서 전직 대통령은 누락됐다"며 "일제 때 중대장을 했고 일본 육사에 다녔던 朴전대통령의 행적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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