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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태극기 40만장 만들어 보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갈기갈기 찢긴 우리 국민의 마음을 하나되게 하는 구심점은 바로 태극기라고 생각합니다. 3·1절을 맞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30여년 동안 40만여장의 태극기를 제작해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일반 가정과 도서·산간벽지에 무료 보급해 온 김동백(金東百·55·광주시 남구 봉선동)씨.

광주교대에 근무하는 평범한 교육공무원이었던 金씨는 1979년 태극기 보급에 일생을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77년 광복절에 서울 친척집에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당시 일등 시민이 산다는 서울에서 태극기를 게양한 집이 눈에 잘 띄지 않아 너무 놀랐다"고 회상했다. 2년 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대한실업을 설립했다. 그해 2월 말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삼육초등학교 동산에 길이 12m 깃대에 가로 5m, 세로 3m의 대형 태극기를 게양하고 '국기 보급 운동'을 펴기 시작했다. 83년부터는 하루 5백리길을 멀다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태극기 사랑은 애국심"이라고 호소했다.

金씨는 "육체적 고통보다 한끼 밥값도 안되는 태극기 한 장을 구입하는 데 인색한 일부 주민들에게서 느끼는 안타까움이 더 큰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87년 '태극기 사랑 국민운동본부'를 결성, 88올림픽 때 태극기 5백장과 올림픽 수기(手旗)2천5백장을 기증했다. 요즘도 국기·국기함·국기봉을 보급하고 태극기 전시회를 여는 등 국기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金씨는 "모든 가정에 표준색도로 제작된 태극기를 보급해 온누리에 태극 물결이 넘치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광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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