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임직원들 本社서'모셔가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다국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한국지사에서 신약 인허가 업무를 담당해 왔던 이소정(30·약사)대리는 지난달 초 '부름'을 받고 영국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사 관계자는 "치밀하고 꼼꼼한 이 대리의 능력을 본사에서 높이 사 전세계 각국의 의약품 인허가 실무를 처리하는 업무가 주어졌다"며 "핵심 약품인 간염 치료제·에이즈 치료제 등 항(抗)바이러스 약품 부문을 맡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한 외국기업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다국적기업 본사나 지역본부 등 글로벌 사업장의 책임자로 진출하는 한국인 임직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영전하는 분야도 연구·개발(R&D)부문 등에서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홍보·마케팅 분야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한국 무대만으로는 좁다=다국적 기업 CEO로의 등용이 우선 눈에 띈다.

지난 1월 초 한국푸르덴셜생명보험의 최석진(63) 회장이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의 국제보험그룹 최고책임자(CEO)로 자리를 옮겼다. 崔회장은 이미 2000년 4월 경영 능력을 본사에서 인정받아 이 회사의 아태지역 사업본부들을 총괄 책임지는 중책을 맡아왔었다. 이승일 야후 사장도 최근 야후의 남아시아 네트워크 사장에 발탁됐다.

미국계 다국적 화학 그룹인 듀폰에는 이미 한국인 출신 CEO가 2명이나 나왔다.

1987년 듀폰코리아에 입사한 김동수 사장은 98년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듀폰의 아태 지역본부 사장직을 맡아 일본에서 활동 중이다. 듀폰의 이천 포토마스크 공장장을 역임한 원철우 사장도 2000년 듀폰그룹 내에서 전세계 첨단 전자 사업부를 책임지는 듀폰 홀로그래픽스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독일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엘의 국내 동물의약사업부에서 일하던 이영신(44·유기화학)박사는 최근 이 회사 미국 캔자스시티의 동물의약사업부서에서 품질관리부문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됐다.

미국계 실리콘 메이커인 다우코닝 충북 만승공장의 전영욱 공장장은 최근 벨기에 기술연구소(실란트테크니커 센터)소장으로 승진했다.

◇글로벌 홍보를 맡아라=전세계를 상대로 홍보를 책임지는 자리로 옮겨간 사례는 제약업계에서, 특히 여성들의 '발탁 인사'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 화이자의 노정순(40·여)상무.

한국 화이자 홍보부 책임자였던 노상무는 그간의 홍보활동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8월 미국 뉴욕 본사에서 아프리카·중동 지역의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이사)로 발탁된 것.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