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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어린이 드라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남한산성 기슭의 남한산 초등학교. 교실 안은 연기에 몰입한 아이들 20여 명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하다. EBS가 3월1일부터 방영할 예정인 'TV로 보는 원작동화'(금요일 오후 6시55분)의 촬영 현장(사진)이다.

이날은 동화 작가 황선미의 『나쁜 어린이표』를 각색한 내용을 찍고 있었다. 이창용 PD의 손짓에 따라 모였다 흩어졌다 아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그가 "지구가 무너질듯 주저 앉아!"라고 외치자 아이들이 몸을 날린다.

시청률 부진과 제작의 어려움 때문에 방송사들이 외면했던 어린이 드라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사들이 잇따라 양질의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드라마 열기 가득=EBS의 'TV로 보는 원작동화'는 그야말로 오래 숙성된 기획물이다.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친 만큼 방송사측의 기대도 크다.

제작진은 재미와 감동을 고루 줄 수 있는 동화를 골라, 철저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극화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작품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경혜 저)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노경실)『괴상한 녀석』(남찬숙) 『도대체 누굴까』(최은섭) 『멋진 내 남자친구』(이미애) 등이 1차로 선정됐다.

그런가 하면 KBS는 지난 18일부터 마법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건들을 담은 '매직키드 마수리'란 새 어린이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팬터지를 과감하게 섞어 어린이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단조로움 극복이 과제= 방송위원회가 지난해 말 지상파 방송의 어린이 프로를 분석한 결과, 애니메니션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장르의 단조로움이 두드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 드라마가 속속 등장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EBS 정현숙 청소년팀장은 "1980년대 '호랑이 선생님'이후 어린이 드라마는 사실상 찬밥 신세였다"며 "아이들이 현실감을 가지고 다양한 역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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