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순매수 6일새 7,000억 넘어 컴퓨터가 주가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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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컴퓨터가 주식을 사고파는 프로그램 매매가 주가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매매를 활용하는 기관이 최근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20일 이후 6일(거래일 기준) 연속 거래소시장에서 순매수하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컴퓨터가 순매수한 것을 알 수 있다.

20일 이후 6일간 기관투자가는 거래소 시장에서 모두 1조5백1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에 프로그램 순매수는 모두 7천1백60억원으로, 기관 순매수 금액의 68%를 차지했다. 특히 기관이 2천7백33억원어치를 순매수한 27일에는 프로그램 순매수가 2천7백60억원으로 전체 기관 순매수 금액보다 오히려 많았다. 프로그램 매매는 외국인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기관의 전유물이다.

◇왜 늘었나=2월물 옵션 만기일이었던 지난 7일을 전후해 프로그램 매수잔고가 대부분 소진됐던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즉 프로그램 매수잔고가 거의 소진되자, 새로 프로그램 매수잔고를 채워넣어야 했던 것이다.

또 예전에도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때는 프로그램 매수잔고가 1조2천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강세장이 예상되는 만큼 선물·옵션·개별주식 옵션의 만기일이 겹치는 3월 14일 직전까지는 프로그램 매수잔고가 꾸준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

LG투자증권 금융공학팀 황재훈 과장은 "3월 14일 전까지 프로그램 매수잔고는 1조5천억원선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27일 현재 프로그램 매수잔고가 7천8백억원 가량인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7천억원 가량이 추가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세장이 예상되자 투자자들이 선물을 대거 사들였다. 이로 인해 선물가격이 현물(주식)가격보다 고평가된 이른바 콘탱고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콘탱고 상태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선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주식을 사게 된다.

◇트리플 위칭데이가 관건=프로그램 매수잔고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증시에 부담이 된다.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싸지면 투자자들은 현물(주식)을 팔고 선물을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도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3개 파생상품의 만기가 겹치는 3월 14일이 이번 상승장에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프로그램 매수잔고 중 최소한 절반 이상은 3월 14일을 전후해 매물로 나올 전망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때 매물소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주식시장은 한차례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주가가 조정받지 않은 채 3월 14일을 맞이하게 되면, 기관투자가들은 현물가격이 고평가됐다는 부담으로 일시에 프로그램 매도물량을 내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6월물 선물가격이 강세를 보이면 프로그램 매수잔고중 상당부분이 6월물로 이월될 수도 있다. 차월물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에 비해 강세를 유지하면 선물옵션 만기일에도 상당 부분의 프로그램 매수 잔고가 이월되기 때문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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