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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장관 “이란에 가해진 가장 강력한 제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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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엔 안보리가 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찬성 12, 반대 2로 통과시켰다. 지난달 이란의 핵연료 합의안을 중재했던 브라질과 터키가 반대표를 던졌다. [뉴욕 AF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외교적 승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일(현지시간) 핵무기 개발 혐의로 이란에 대한 네 번째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미국 정부에는 자축 분위기가 완연했다. 중국·러시아의 부정적 입장을 외교 노력으로 넘었기 때문이다. 과거 세 차례 결의에 더 강한 제재조치도 추가했다. 의심스러운 이란 화물선에 대한 공해상의 검문,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 관련 거래 봉쇄, 제재 대상 기관을 35개에서 75개로 확대 등의 조치가 새로 포함됐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란에 가해진 가장 강력한 제재”라고 평가했다. 은행 중 ‘퍼스트 이스트 엑스포트 은행(FEEB)’이 유일하게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FEEB의 모기업인 이란 국영 멜랏 은행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에 지점을 둔 멜랏 은행은 연간 60억 달러에 달하는 한·이란 교역의 주요 결제 창구 역할을 해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안은 1페니의 가치도 없다”며 “당장 쓰레기통에 쑤셔 넣어야 할 어린애의 코 묻은 손수건”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유엔 외교가에선 미국이 ‘앞으로는 남기고 뒤론 밑진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이 4차 결의안을 처음 추진한 건 6개월 전이다. 그사이 이란은 이미 3.5% 농도의 농축 우라늄을 2.5t이나 비축했다. 이를 20% 농도의 우라늄으로 만드는 기술도 확보한 상태다. 안보리 제재 논의에서 이란이 가장 두려워한 건 휘발유와 가스 공급 차단이었다. 이란은 산유국이지만 원유 정제시설이 없어 외국에서 휘발유와 가스를 수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란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까지 봉쇄해선 안 된다는 중국의 반대로 미국의 휘발유·가스 봉쇄 시도는 무산됐다. 중국이 끝까지 이를 반대한 건 이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 곳의 유전 개발과 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무기 거래 금지에도 구멍은 뚫렸다. 러시아가 이란에 수출하기로 한 지대공미사일 S-300은 예외로 했기 때문이다. S-300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공습 표적이 될 이란 핵시설 부근에 집중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으로도 미국은 상처를 입었다. 과거 2006년과 2007년 결의안 처리 때는 만장일치, 2008년엔 인도네시아의 기권 한 표가 나왔을 뿐이다. 이와 달리 이번엔 레바논이 기권했고 브라질과 터키가 반대 표를 던졌다. 브라질·터키는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과 독자 협상을 벌여 중재안을 내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4차 결의안으로도 이란 핵 개발을 중단시킬 수 없다면 미국으로서도 현실적인 선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의안을 지렛대로 이란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서울=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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