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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도시광산 … 자원 재활용하고 환경파괴 줄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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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틴틴 여러분. 광산 하면 땅속에 묻혀있는 광물을 캐내는 곳이라는 것쯤은 다 아시죠? 채굴하는 장소뿐 아니라 캐낸 광석에서 필요 없는 성분을 분리해 순도 높게 만드는 선광·제련 작업을 하는 공장도 광산에 포함됩니다. 이런 일반적인 광산이 아니라 좀 특이한 광산이 있습니다. 바로 도시광산(urban mining)입니다. 빌딩과 도로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도시에 무슨 광산이 있다는 걸까요. 그리고 이 광산에는 어떤 자원이 묻혀있을까요. 한번 알아보기로 합시다.

#도시광산사업이 뭐지

최근 쓰지 않는 폐휴대전화를 모은다는 가정통신문을 학교에서 받은 적이 있을 거예요. 더 이상 쓰지 않는 낡거나 망가진 휴대전화 한 대는 쓰레기나 다름없습니다. 쓰레기를 모아서 무얼 하려는 걸까요. 한데 모아서 버리려는 걸까요. 아닙니다. 바로 이 쓰레기에서 자원을 캐내기 위해 모으는 겁니다.

같은 지하자원이라도 석유나 석탄은 한 번 사용하면 원래의 성질이 없어집니다. 재활용할 수 없다는 얘기예요. 하지만 금속은 다릅니다. 사용한 뒤에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전화기가 망가져서 사용할 수 없다고 해도 케이스를 떼내 안을 들여다보면 부품은 다 그대로 있죠. 폐기처분할 만큼 낡은 전화기나 컴퓨터라도 여기에 쓰인 금속은 이처럼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에 착안한 게 도시광산사업입니다. 휴대전화·컴퓨터 등 전자제품의 전자회로기판(PCB)이나 자동차에 사용된 수많은 금속 물질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거죠. 쉽게 말해 산업쓰레기를 산업자원으로 바꿔주는 게 도시광산입니다. 1986년 일본 도호쿠대학 선광제련연구소의 난조 미치오 교수가 금속 재활용의 의미로 이 개념을 최초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도시광산이 왜 필요할까요

희소금속 팔라듐.

틴틴 여러분, 휴대전화에 금이 사용되는 걸 알고 있나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컴퓨터 같은 전기전자제품엔 특정지역에서 아주 소량만 추출할 수 있는 다양한 희소금속들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휴대전화 한 대에서 회수 가능한 금의 양은 대략 0.02~0.04g 내외로 알려져 있습니다. 휴대전화 한 대만으로는 제대로 된 금이라고 말하기 어렵겠죠. 그러나 이게 모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폐휴대전화 1t(약 1만 대)에서 대략 200~400g의 금을 채취할 수 있습니다. 일반 광산의 경우 금광석 1t에서 금 3g만 추출해낼 수 있으면 경제성 있다고 판단합니다. 금값이 비싸지면서 최근엔 1g만 넘어도 생산을 한다고 하네요. 과거엔 통상 5g 정도를 얻을 수 있었고요. 이를 감안할 때 폐휴대전화는 웬만한 금광석보다 수십 배의 경제성이 있는 셈입니다.

일본의 금속 대기업 도와(DOWA)홀딩스가 실제 경험을 통해 낸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 제품 1t에서 회수 가능한 금의 양은 각각 170g과 400g, 은의 양은 각각 490g과 2300g이었습니다. 일본은 일찍이 도시광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활용한 덕분에 금 ‘매장량’이 세계 최대입니다. 흔히 땅속에 묻혀있는 금 매장량만을 따지면 남아프리카공화국(6000t)을 1위로 꼽지만 도시광산 개념을 도입하면 일본의 매장량이 6800t으로 전 세계 점유율 14%로 단연 1위입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입니다. 자원이 없다 보니 매년 막대한 원자재를 수입해 옵니다. 이렇다 보니 도시광산 사업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폐휴대전화에는 금뿐 아니라 희소금속인 팔라듐 등 수십 종의 금속이 있어 이를 합하면 한 대당 2500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휴대전화뿐 아니라 컴퓨터·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물론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매년 국내에선 막대한 양의 산업 폐기물이 배출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13년까지 폐금속자원에서 총 3120t의 금속자원을 회수하면 3조8040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역역조도 33억5000만 달러 이상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활용률을 현재보다 20%만 높이면 연 24억2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이 가능하다네요.

#환경에도 좋아요


도시광산이 경제적으로만 가치 있는 게 아닙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버려진 휴대전화 수는 1500만 대에 달합니다. 이 중 100만 대가 재사용되고, 250만 대가 재활용됐습니다. 나머지 1150만 대는 폐기처분됐습니다. 폐휴대전화를 함부로 버리면 납·카드뮴 등의 유해물질로 인해 환경이 오염됩니다. 그러나 버리는 대신 잘 모으기만 하면 환경파괴 걱정 없이 금·은·구리 같은 값어치 있는 금속을 얻을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범국민 폐금속자원 수거운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도시광산사업이 활성화해 소재공급 자급도가 늘어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고 고용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앞서 있어요

앞서 도시광산이라는 개념이 일본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도시광산 사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일본과 유럽은 일찌감치 이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적으로 사업을 해가는 기업이 많이 있습니다. 도와홀딩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회사는 원래 비철금속 제련을 본업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역사가 120년이 넘습니다. 이 회사는 10여 년 전부터 폐전자제품과 PCB를 회수해 금·은·동뿐만 아니라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사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2009년 3월 결산기준으로 5340억 엔의 총매출 중 14%인 730억 엔을 도시광산사업으로 거두고 있습니다. 1958년부터 폐기물 처리업을 해온 요코하마금속은 90년대 중반부터 폐PC에서 귀금속을 추출하는 사업을 하기 시작했고, 일본 최초로 휴대전화 안의 금을 추출하는 사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비철금속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도시광산 분야는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안혜리 기자

◆전자회로기판(PCB)=printed circuit board. 컴퓨터 메인보드나 그래픽 카드·메모리 등 부품을 얹기 위한 판. 컴퓨터를 열어보면 대개 초록색이나 노랑색 판 위에 복잡한 회로선이 놓여져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게 PCB다. 에폭시와 페놀이 대표적 재질이다.

◆일본 도호쿠대학 선광제련연구소=선광·제련 관련 최고 수준의 연구소. 1986년 도시광산이라는 용어를 학술적으로 처음 쓰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소 이재천 박사가 92년에 ‘도시광석’이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했다. IC칩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불량품 폐기물(스크랩)에서 금선을 추출해냈다.

◆희소금속=rare metal. 매장량이 매우 적고 드물지만 유용하게 쓰이는 금속. 희유금속·희귀금속과 같은 말이다. 과거엔 주로 희유금속이라고 썼지만 최근 지식경제부가 희소금속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중국이 매장량 85%를 점유하고 있는 희토류 등도 모두 희소금속에 포함된다.

◆팔라듐=인듐 등과 함께 대표적인 희소금속 중 하나. 휴대전화나 컴퓨터의 기판(PCB)에 쓰이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전자부품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 핵심 소재)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인듐은 다른 광물을 생산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것으로 LCD모니터 생산에 꼭 필요한 금속이다.

◆경제적 가치=도시광산의 경제적 가치는 통상 2000년대 이후 팔린 총 가전제품 대수와 이 제품들의 수명을 고려해 계산한다. 매장량(회수량)과 제품별 금속의 함량이 다 달라 산출해내는 게 어렵다.



서울서 연 1228만 대 폐가전제품 중 5%만 재활용

지난해 6개월간 2억2000만원 벌어

국내에선 서울시가 도시광산사업의 중요성에 눈을 떠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전에도 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있었으나, 폐가전제품 수거가 어렵다 보니 여기서 금속을 추출하는 사업도 지지부진했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조례를 개정해 폐기물을 배출할 때 내는 수수료를 면제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면서 돈까지 내기 아까워 집에 보관하던 폐가전제품과 폐휴대전화를 많이 내놓도록 유도한 거죠. 현재 구청별로 설치한 자원순환센터가 20여 종의 폐전자제품을 수수료 없이 수거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또 서울자원센터(SR센터·Seoul Resource Center)를 5곳 만들어 매달 폐가전 250t, 폐휴대전화 10만 대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추산으로는 연간 1228만 대의 폐가전제품 중 5%인 81만 대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SR센터 건립을 계기로 2012년까지 폐가전제품 재활용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도시광산사업으로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약 2억2000만원을 벌었다고 하네요.

전국 각지에서 모은 폐휴대전화가 바닥에 쌓여 있다. 폐휴대전화는 금·백금 등 귀금속과 팔라듐 등 희소금속의 보고다. 최근 이처럼 폐기처분한 휴대전화·가전기기에서 각종 자원을 뽑아쓰는 도시광산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폐금속자원 재활용 대책’을 통과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도시광산 관련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따라 대기업도 속속 도시광산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계열사 삼정피앤에이가 금속 리사이클링업체인 나인디지트를 인수했습니다. 또 연 56만t의 전기동을 생산하는 LS-Nikko동제련은 도시광산사업을 하는 GRM공장을 최근 착공했습니다. 이 회사는 자원순환 자회사인 토리컴과 리싸이텍코리아를 통해 이미 도시광산사업에 진출해 있었으나 이 사업을 더 강화한 셈입니다. 토리컴은 산업쓰레기에서 금·은·백금 같은 귀금속이나 인듐 같은 희소금속을 회수하는 회사이고, 리싸이텍코리아는 PCB·폐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분쇄·선별해 제련용 원료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도움말 주신분=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금속회수연구실 이재천 박사,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정의석 사무관, 지식경제부 산업환경과 강기성 사무관, 서울시 맑은환경본부 환경협력담당관 김선주 담당주무관,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LS니꼬제련 이준 업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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