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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孫 ― 孫' 재계 '파워 콤비' 길승 병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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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재계에 '손(孫)-손(孫)체제'의 막강한 위력이 화제다. SK 손길승 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 부회장이 '50년 우정'을 바탕으로 강력한 콤비 플레이를 펼치면서 재계 현안들을 처리하고 있어서다.

두 사람은 41년생으로 동갑인 데다 중학(경남 진주중)-대학(서울대 상대) 동기생으로 막역한 친구 사이다. 재계 일각에선 "두 손씨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재계를 주무르고 있다"고 비판도 한다.

◇'손-손 협력체제'의 산물들=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는 재계의 '불법·부당한 정치자금 금지'선언이 '손-손체제'의 산물이란 얘기가 재계에서 일고 있다. 지난 2월 8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결의하기 일주일 전인 1일 孫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정치인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요청해주기 바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손병두 부회장도 8일 회장단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孫회장이 회장단 회의에서 발언이 나온 경위를 설명하면서 정치자금 결의를 하게 됐다"며 孫회장이 '불씨'였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날 회장단 회의엔 삼성 이건희 회장, LG 구본무 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 등 전경련의 '대주주격'인 대그룹 오너 회장들이 참석하지 않았으며 23명의 회장단 멤버 중 7명만 참석했다.

지난해 재계의 중국 붐 조성에도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孫회장은 지난해 SK 중국 본사를 설립하는 등 대중 진출과 협력을 강화했다. 孫부회장도 지난해 전경련 임원들로 구성된 중국 시찰단을 보내는 등 '중국 배우기'에 열성을 쏟았다.

전경련이 최근 설립한 중국위원회 위원장도 孫회장이 맡았다. 출자총액제한제 등 정부 규제 완화에도 두 사람은 한 목소리다. 이들은 지난해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급기야 정부는 당초 방침을 철회하고 출자총액제한을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을 대폭 확대했다.

재계 일각에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회장단회의에서의 의사결정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전에 孫부회장이 만든 결의문을 회장단이 대충 훑어보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되는 데다 참석하지 않은 그룹에 사후 통보를 할 뿐"이라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孫회장은 전경련 행사 모범생=孫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빠지는 일이 없다. LG 具회장은 1999년 1월 이후 회장단 회의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고, 삼성 회장과 현대차 鄭회장은 1년에 두세번 정도 출석한다. 대신 4대 그룹 중 하나인 SK의 孫회장이 오너가 아니면서도 회장단 회의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孫회장은 전경련이 산하 위원회 중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경제정책위원회와 중국위원회 위원장을 같이 맡고 있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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