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주파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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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SK텔레콤이 종합 무선 멀티미디어 그룹을 목표로 위성DAB(디지털 오디오 방송)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에 필요한 주파수의 확보에 나서자 관련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위성DAB는 위성을 이용해 움직이는 차량에서 저렴하게 고품질의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것, 기술 발전에 따라 휴대폰으로 라디오·TV방송까지 듣고 볼 수 있는 첨단 멀티미디어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지난해말 일본 도시바와 합작으로 일본 MBC사를 설립했으며, 정보통신부를 통해 국제통신연합(ITU)에 위성궤도 신청을 해놓았다. SKT는 궤도를 허가받는대로 약 8천억원을 투자해 위성체 제작 및 기지국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의 이동통신망으로 제공할 수 없는 종합 멀티미디어 서비스 사업자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은 SKT가 주파수를 사실상 독점하게 돼 통신분야의 경쟁체제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전략=이동전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신규 시장을 창출, 지속적인 성장을 해야 한다는 전략이다.DAB 분야에 8천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서비스 투자를 제외하곤 가장 많은 것이다.

일본과 합작회사를 만든 것도 서비스 지역을 한국에만 국한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과 도시바가 발사하려는 위성은 무게가 2천㎏으로 무궁화3호 위성보다 가볍지만, 중계범위는 한반도와 동남아는 물론 태평양과 구소련 지역까지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합작회사인 일본 MBC에 1백30억원(8.2%)을 투자해 도시바에 이어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일단 2004년께 위성 발사와 함께 상용서비스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경쟁업체와 정통부 반응=KTF· LG텔레콤 등 경쟁사들은 SK텔레콤의 위성DAB사업 계획은 주파수를 할당받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향후 IMT-2000 등 차세대 통신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주파수를 끌어 모으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DAB용 주파수인 2.5㎓는 기술발전에 따라 얼마든지 IMT-2000서비스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게 이들 업체의 주장이다.

2.5㎓대의 주파수를 케이블TV용으로 할당받은 한국멀티넷도 "DAB사업은 편법으로 주파수를 할당받으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통부 관계자는 "전파법상 위성DAB 사업자가 위성궤도를 확보하면 위성DAB용 주파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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