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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진 여성끼리 "내 삶 내가 디자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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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가요계와 벤처업계의 여성 스타들이 만났다. 한국 여성 댄스그룹의 리더 S.E.S.와 서지현(36) ㈜버추얼텍 대표. 막바지 겨울 바람이 매섭던 지난 19일 오후 만난 이들은 모두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코스닥 등록 여성 CEO 1호'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서대표는 한국 벤처업계의 대표적인 여성 경영자다. 1987년 연세대 전산과를 졸업한 뒤 컴퓨터 세대를 갖고 홍대 앞 지하실에서 창업해 내로라 하는 기업인이 된 그녀에게 시간은 곧 자산이다. 10분 단위로 챙기는 스케줄에 쫓겨 오후 늦은 시간까지 점심도 거르고 있었다.

지난주 다섯번째 정규 앨범 '추스 마이 라이프-유'를 발표한 S.E.S.역시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양쪽 다 약속시간에 조금 늦은 것을 서로 미안해 했다.

숙녀의 당찬 자신감 노래

97년 데뷔한 이후 앨범을 낼 때마다 매번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와 춤을 선보이며 늘 신선한 이미지를 유지해온 S.E.S.는 이번 앨범에서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앨범 제목에서 금방 알 수 있듯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20대 여성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동안 귀엽고 깜찍한 사랑스런 소녀의 이미지를 기조로 해왔다면 이제 한층 성숙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겠다는 도전이다.

멤버 가운데 바다가 스물두살, 유진과 슈가 스물한살. 멤버 모두가 소녀의 꿈에서 벗어나 현실을 생각하는 어엿한 성인이 됐다. 올해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만료돼 멤버 모두가 새로 계약하지 않는다면 그룹 S.E.S.로는 이번 앨범이 마지막이 되는 만큼 각자 인생의 방향을 진지하게 점검해야 할 때가 된 것도 새 앨범의 컨셉트와 일맥상통한다.

서지현=벌써 다섯번째 앨범이군요. 전 젊은 가수들의 새 노래가 나오면 빠짐없이 찾아 듣는 가요팬이죠. S.E.S.는 특히 멤버 각자가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서 좋아요. 부침이 심한 가요계에서 특히 일반적으로 생명이 짧다고 여겨지는 댄스 그룹으로서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는 비결이 뭘까요.

유진=저희가 10대 후반 어린 나이로 데뷔해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저희 팬 가운데 많은 이들이 저희와 비슷한 연령층이니까 함께 자라는 입장에서 서로 교감하는 게 있죠.

바다=저희들은 세명이 한 팀이 되고 함께 노래한 걸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니까 하는 말이 아니라 저희는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멤버간의 신뢰랄까, 그런 게 두터운 것도 도움이 됐겠죠.

해체 결정 아직 없어요

슈=음악적으로는 저희가 특히 '노래 복(福)'이 있었다고 할까요. 데뷔 이후 저희가 계속 변화할 수 있도록 많은 스태프들이 도와주신 걸 깊이 감사합니다.

서=아, 복이요. 중요하죠. 요즘은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복과 운이 있는 사람이 CEO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경영인들이 많이 합니다(웃음). 새 앨범은 20대 여성의 자신감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이제 세사람도 20대뿐 아니라 인생 전체의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됐죠?

바다=저희는 처음 그룹을 만들 때부터 늘 '쿨(cool)하게'서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해왔어요. 특히 많은 그룹들이 해체되는 걸 보며 언젠가 각자 길을 가더라도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죠. 물론 S.E.S.를 해체한다든가 하는 바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요. 새 앨범을 냈으니까 일단 열심히 활동하고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아요. 개인적으론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유진=가수라는 직업이 참 좋아요. 가능하면 음악 공부를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여유를 찾고 싶습니다. 물론 연기라든가 다른 희망도 많아요.

슈=지난해 일본 뮤지컬에 출연해 기대 이상으로 칭찬받았어요. 저 자신도 미처 몰랐던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연극에 본격 도전하고 일본·중국 진출에도 노력할까 해요.

바다=성공적인 여성 벤처기업인으로 활약하고 있는데요, 경영 철학이랄까 그런 게 있다면 어떤 것인지. 혹시 여성이라 어려움을 겪지는 않으셨나요?

서=사업을 하며 여자라서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반대인 경우가 많았고. 사실 이 자리도 여자니까 나왔지, 남자 경영인이었다면 이 정도 성과로 나올 수 있었겠어요?(웃음) 또 아직 절대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운전으로 치자면 이제 면허를 땄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벤처 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다고는 말하고 싶어요.

벤처정신 늘 가슴에 새겨

슈=요즘 차안에는 어떤 CD를 갖고 다니시나요?

서=선물받은 이승환과 god CD가 차에 있어요. 오늘부터는 S.E.S.새 앨범도 챙겨야죠(웃음). 새 앨범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유진=무엇보다 그동안 바다 언니가 주로 맡았던 보컬 역할을 세사람이 적극 분담한 게 특징입니다. 그러다보니 바다 언니 보컬도 한결 여유가 생겼어요.

서=활기있고 자신감 있는 여러분이 참 보기 좋군요. 좋은 노래 많이 들려주세요.

S.E.S.=감사합니다. 서대표님도 좋은 성과 계속 거두세요!

정리=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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