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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공개 2심 판결문엔 '당기·초상화'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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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북한의 조선노동당에 가입했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방이 거칠어지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과도 맞물렸다. 거기다 이 의원이 당시 김일성 부자 초상화를 지니고 있었다는 판결문까지 공개되면서 사태는 확산되고 있다.

?2심 판결문 공개=열린우리당이 9일 오후 먼저 이 의원의 2심 판결문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반국가단체 가입.회합.이적표현물 운반 부분, 책을 모은 것에 대한 국가기밀수집탐지방조 등이 (죄목의) 전부"라며 "간첩이나 노동당 가입 등은 빠졌다"고 했다. 공개된 판결문엔 이 의원이 반국가단체인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에 가입했다는 대목만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은 공개질의서를 통해 "민해전이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의 대외명칭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여당이 당초 "소실됐다"며 공개하지 않은 판결문 한 페이지(8쪽 중 2쪽)엔 "조선노동당기 1개, 김일성 초상화 1개, 김정일 초상화 1개를 피고인 이철우로부터 각 몰수한다"는 대목이 있다. 그래서 여당이 이것만큼은 고의로 감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여당의 김현미 대변인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심.3심 판결문 공개=오후 8시 무렵 한나라당은 이 의원이 민해전에 가입할 당시의 내용이 들어있는 1심과 대법원의 판결문을 돌렸다. 그러자 분위기는 또 반전했다.

이철우 의원 등이 해명성 기자회견을 했다. "(민해전을)함께 해보자는 얘기가 있었을 뿐 가입식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고문을 받았다"거나 "마르크스, 주체사상 서적을 읽었지만 4년 감옥을 살면서 생명이 다했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가치를 정립했다"는 얘기도 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은 "(한나라당이)간첩과 주사파는 사촌이니까 간첩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곧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했다.

주성영 의원은 "그분(이 의원)은 제가 볼 때 과거에 바로 조선노동당에 입당한 분"이라며 "사회적인 용어로 간첩이고 동사적 용어로 간첩행위를 했다"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보안법 개폐 공방=열린우리당은 이날 한나라당의 폭로를 '백색 테러'로 규정하고 공세를 폈다. 이 의원을 공격한 한나라당 주성영.박승환.김기현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박근혜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세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여당은 세 의원을 10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키로 했다.

이부영 당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를 1970.80년대 냉전분단 시대.군사독재시대로 되돌려놨다"며 "민의에 의해 선출된 의원을 간첩으로 몰고, '암약한다'는 표현을 의정단상에서 하는 시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고 했다. 여당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보안법 폐지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도 강하게 맞받아쳤다. 박근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여당 의원이 그(조선노동당) 문제로 실형을 받아 복역하고 공천까지 받았다는데 사실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바로 이런 이유로 보안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이 의원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싸여있다"면서 "여당은 즉각 해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은 "지난 5월 25일 전대협 출신 여당 당선자들과 범민련 남측본부 등 운동권 선배들과 회합한 자리에서 이 의원이 '천하의 빨갱이가 휴전선 옆에서 당선됐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지켜나가겠다'고 했다는데 그런 사실이 있는가"란 질의서도 냈다.

박소영.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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