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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낀 선수 보셨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카림 압둘 자바와 제임스 워디는 80년대 미국 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전성기를 이끈 전설적 스타였다.2m가 넘는 장신인 이들이 물안경처럼 생긴 고글을 쓰고 뛰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야구에서도 안경 낀 선수들이 적지 않다. 80년대 국내 최고의 강속구를 구사했던 최동원과 90년대의 특급 마무리투수 정삼흠을 비롯해 마해영(삼성)·김민기(LG) 등도 안경을 끼고 있다.

그러나 축구선수 중에는 안경 낀 선수가 없다. 모두 시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축구선수들이 경기 중 안경을 쓰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축구의 특성상 헤딩이나 몸싸움이 잦은데, 이 과정에서 부상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눈 나쁜 선수들은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렌즈도 먼지 등으로 오염되면 눈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은 그동안 우리편과 상대편만 구분할 수 있으면 나안으로 경기에 나섰다.

최근의 라식수술은 이들에게는 복음처럼 기쁜 소식이었다.

그런데 전세계에서 단 한명, 그라운드에서 안경을 끼는 선수가 있다. 네덜란드의 미드필더 에드가 다비즈(유벤투스)가 주인공이다.

그는 1999년 오른쪽 눈의 녹내장 수술을 받았다. 눈에 충격을 받으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경고에 따라 네덜란드 축구협회가 예외를 인정해주도록 FIFA에 요청했다. FIFA는 '플라스틱 제품이라야 한다'는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다비즈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검정색 고글은 이런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세계 제1호로 공인된 축구선수의 경기용 안경이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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