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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현지 리포트] 1m 길이 ‘부부젤라’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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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5월 21일 케이프타운의 학생들이 부부젤라를 불며 외국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머리에 쓴 헬멧은 과거 금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쓰던 헬멧에서 착안한 마카라파다. [로이터]

8일 오후 3시(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 원더러스 스타디움. 포르투갈과 모잠비크의 평가전이 열렸다. 호날두 등 포르투갈 팀을 실은 버스가 경기장 앞에 나타나자 길거리를 가득 메운 포르투갈 팬 1000여 명은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지르며 이들을 맞았다. 그런데 환호성 속에 코끼리 소리와 말벌떼 소리를 합쳐놓은 것 같은 굉음이 났다. 남아공 나팔 ‘부부젤라’(사진)의 소리였다. 한 시민은 기자에게 “복식호흡을 해야 소리가 잘 난다(you have to use your belly)”고 설명했다.

약 1m 길이의 부부젤라는 1990년대 남아공 축구 경기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통 악기라는 설도 있지만 역사적 근거가 빈약하다. 세계 각국에서 온 축구팬과 남아공인들은 경기장은 물론 시내 번화가·쇼핑몰, 심지어 식당 안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부젤라를 불어댄다. 부부젤라 소리는 처음엔 남아공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엄청난 음량에 짜증이 나고 머리도 아프다. 원더러스 경기장 앞에서 만난 포르투갈 팬 주앙 곤살베스(40)는 “우리 같은 팬은 신나지만 선수들이 듣기에는 악마의 소리일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젤라가 축구팬들에게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남아공의 부부젤라 제조 및 판매회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부부젤라 소리를 차단할 수 있는 귀마개도 나왔다.

남아공의 또 다른 축구 아이템은 ‘마카라파’라고 불리는 헬멧이다. 요하네스버그는 1880년대 금이 발견되면서 남아공 최대 도시로 성장했다. 마카라파는 금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의 헬멧에서 착안한 것이다. 주로 노란 바탕 혹은 남아공 국기를 그린 바탕에 현란한 색깔의 뿔이나 장신구로 치장을 한다. 30여 년 전 알프레드 발로이(52)가 시골 마을 판자촌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환경미화원 출신인 발로이는 현재 코카콜라 등 다국적 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자신의 공장에서 하루 수백 개의 마카라파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브라질·이탈리아 등지에서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이 밖에 남아공 축구 경기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로 ‘라두마’가 있다. 골이 들어갔을 때 내는 감탄사다. 우리나라 축구 중계에서 해설자가 ‘골!’ 하면서 뒤를 길게 끌듯 라두마도 ‘라두~마’처럼 ‘두’를 길게 빼야 제 맛이다. 남아공 가수 조니 클렉이 부르는 월드컵 공식 응원가의 제목도 ‘라두마 바파나’다. ‘바파나 바파나(bafana bafana: 줄루어로 소년들)’는 남아공 국가대표팀을 가리킨다.

영어·아프리칸스어·호사어·줄루어 등 공식 언어가 11개인 남아공에선 각 언어에서 파생된 은어도 많다. ‘하우짓(Howzit)’은 영어 ‘How’s it going?’에서 나온 인사말이다. ‘레카(lekker)’는 ‘훌륭하다, 대단하다’는 뜻의 아프리칸스어다. ‘예보(yebo)’는 줄루어로 ‘yes’란 뜻인데 어느 언어를 쓰는 남아공인이든 즐겨 쓴다. 현지인들은 요하네스버그를 ‘조버그(Joburg)’ 또는 ‘조지(Jozi)’라고 부른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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