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는 국토위, 꺼리는 환노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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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8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배정이 끝났다. 국회가 직장인 의원들에게 상임위는 일종의 ‘보직’이다. 어떤 보직을 받느냐에 따라 국회의원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여부도 상당 부분 가려진다.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은 지역의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상임위를 최우선으로 친다. 그런 만큼 희망하는 상임위를 배정받기 위한 의원들 간 눈치싸움도 치열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에 희망한 상임위를 순서대로 나열한 결과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는 국토해양위와 지식경제위였다. 한나라당에서는 18명을 배분하는데 50명이 넘게 몰려 경쟁률이 3대 1에 육박했다. 민주당에서도 3배수까지 몰렸다. 국토해양위는 각종 지역 건설 사업과 예산 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다. 지식경제위도 산하 경제 관련 기관과 단체가 많아 의원들이 선호한다.

반면 의원들이 가장 꺼린 상임위는 환노위였다. 지난해 비정규직법과 노조법을 놓고 파행을 거듭했던 곳이다. 후반기에도 노동법 등 쟁점 법안이 많은 데다 4대 강 사업을 두고 격렬한 대립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의원들에게 환노위에 들어가면 예산결산특별위에 넣어주겠다는 ‘당근’까지 제시했다. 예결위원이 되면 연말에 예산을 편성할 때 지역구 현안 사업의 예산을 따내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도 이미경 사무총장 단 1명만 지원했 다고 한다.

법사위도 한나라당에서는 두 번째로, 민주당에서는 세 번째로 인기가 없었다. 본회의에 넘어가기 전 법안들을 ‘게이트 키핑’(문지기 역할)해야 하는 데다 개헌 같은 빅 이슈가 잠재된 탓이다. 한나라당은 김무성 원내대표가 배정됐고, 민주당은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영선·이춘석 의원 등 전반기 ‘용사’들을 재배치했다.

특히 민주당에선 국방위도 기피 상임위 2위였다. 천안함 사건 여파 때문인지 민주당 지원자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원외에 머물던 정세균 대표가 막판에야 국방위로 확정됐다. 전반기 국회에서 격돌이 심했던 문화체육관광방송위원회도 지원자가 적어 민주당은 1명을 7·28 재·보궐 선거 당선자 몫으로 비워놨다.

◆박근혜, 기재위로 이동=그동안 외통위와 국방위·보건복지위 등을 거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이번에 기획재정위를 선택했다. “대권 수업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백일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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