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 3000㏄ 이하 중저가 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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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수입차 수요층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저배기량·중저가 모델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입차의 소비자층이 중산층과 젊은 세대로 확대되면서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과시용’에서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5월까지 판매된 수입차 중 3000㏄ 이하 모델이 7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평균인 68.9%를 상회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4000㏄ 이상 대형차 비중은 지난해 6.5%에서 5%로 떨어져 1995년(5%)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수입차의 판매 추세를 감안하면 3000㏄ 이하 모델의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판매 가격대와 구매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3000만~4000만원대 수입차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의 45.4%에서 올해 51.2%로 증가했다. 5000~7000만원대 고급차 비중은 지난해 30%에서 올해 28%로 낮아졌다.

수입차를 구매한 소비자를 연령별로 나눴을 때 20~30대의 비중은 지난해 35.4%에서 올해 38.9%로 높아졌으며, 40~50대는 지난해 50.6%에서 올해 48.9%로 다소 낮아졌다. 특히 30대(32.1%) 구매자의 비중은 40대(28.5%)와 50대(20.4%)를 눌렀다.

수입차 소비자의 취향이 실용적으로 바뀌면서 중형 수입차 시장의 경쟁은 뜨거워지고 있다. 도요타 캠리와 폴크스바겐 골프 등은 3000만원대 가격을 내세워 수입차 시장에서 올해 5월까지 판매 2, 4위에 각각 오르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두 모델은 최고급 사양이 2992만원에 이르는 현대 쏘나타와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500만원도 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가격을 6000만원대로 낮춘 3000㏄급 프리미엄 세단 모델을 내놓으면서 국산 준대형차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출시된 벤츠 E300과 BMW528은 올해 5월까지 수입차 판매 1,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4월 출시한 BMW 뉴5시리즈는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공급량이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 가솔린 모델에 편중돼 있던 판매 차종도 다변화되고 있다. 올해 디젤 차량은 높은 연비가 인기를 끌면서 판매 비중이 지난해 22.4%에서 올해 24.8%로 높아졌다. 5월까지 판매 순위 10위 안에 폴크스바겐 디젤 모델이 3종류(골프TDI, 파사트 2.0 TDI, CC 2.0 TDI)나 포함돼 있다.

수입차 시장의 저배기량·중저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월 미쓰비시는 중형 스포츠형다목적차량(SUV)인 아웃랜더 2.4L 모델을 3690만원에 내놓았다. 하반기에는 혼다가 친환경차 인사이트를 3000만원 이하에, 푸조가 소형 해치백 모델인 207을 2000만원대 중반의 가격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하반기 한국시장에 진출할 예정인 일본 소형차 브랜드 스즈키도 저가 모델을 내세워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다.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전무는 “수입차 시장이 올해 7% 규모로 커지면서 젊은 층의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며 “수입차 업체들의 올해 판매량 목표인 7만4000대는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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