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韓 답례품' F-15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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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은 한·미간 쟁점이 돼온 차기전투기(FX) 선정작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3월 말까지로 돼 있는 선정시한을 감안할 때 미국으로선 아주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셈이다.

일단 국방부는 2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FX 문제가 공식 제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연례협의회에서 김동신(金東信)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전력의 상호 운용성에는 미 보잉사의 F-15K가 좋다"는 식으로 간접적인 구매압력을 행사해 국내 여론의 반발을 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부시 대통령의 수행원 중 피터 로드맨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가 비공식적으로 보잉사의 F-15K 선정을 요청할 것으로 국방부는 관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미측이 FX를 언급하면 '2단계 평가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2단계 평가원칙이란 현재 선정대상으로 올라 있는 4개 기종(F-15K·프랑스 라팔·유럽 컨소시엄의 타이푼·러시아 Su-35)에 대한 비용 대 효과를 분석한 결과, 월등히 우수한 기종이 나오면 당연히 그 기종을 선정하지만 평가점수가 3% 이내로 차이가 없으면 한·미 연합체제 등 정책적인 면을 고려해 사실상 미국제를 산다는 내용이다.

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4개 기종에 대한 중간 평가점수가 3% 이내로 나타나고 있어 F-15K가 선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도입 등 일부 대형사업을 연기하면서까지 FX를 추진하고, 2단계 평가방식을 적용키로 한 것은 부시 방한을 예견한 포석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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