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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가장 대학생 28명 160분간 농성하다 연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소속 대학생 28명이 18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45층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를 기습 점거, 부시 방한 반대 등을 외치며 농성을 벌이다 2시간40분 만에 모두 경찰에 연행됐다.

학생들은 양복차림으로 방문객을 가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경비 중이던 전경 2명을 준비한 각목으로 위협해 몰아내고 안에 있던 직원 12명을 내보낸 뒤 사무실을 점거했다.

사무실에는 미국인 4명 등 18명이 근무 중이나 당시에는 한국인 직원 12명만 있었다.

이들은 가로 2.8m×세로 1.2m 크기의 유리창을 깨뜨리고 창 밖으로 '전쟁책동 무기강매 부시 방한 반대한다'라고 쓰인 10m길이의 플래카드를 내건 뒤 인쇄물을 뿌렸다.

학생들은 출입문 앞에 냉장고·탁자·책장 등 집기류로 바리케이드를 쌓아놓고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와의 면담 요구와 함께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계속하다 오후 3시38분쯤 투입된 경찰 특공대와 소방구조대에 모두 붙잡혔다.

학생들의 사무실 진입과 경찰 진압 과정에서 경비근무 중이던 두 전경(강남서 소속)이 각목에 맞아 경상을 입었을 뿐 큰 충돌은 없었다.경찰은 학생들을 강남·서초 경찰서 등으로 연행해 조사 중이다.

경찰청은 점거 경위를 자체 조사, 경찰의 대비 소홀이 발견되면 관련자들을 엄중문책할 방침이다.

◇시민단체들도 잇따른 집회·성명=경실련·통일연대·여성단체연합 등의 시민단체와 강만길 상지대 총장 등 각계 인사들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YWCA회관 대강당에서 전쟁 반대와 평화를 촉구하는 '7백인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이 초강경 대북정책 대신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고,한반도 평화구도 정착과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남과 북의 노력에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한국YMCA전국연맹·참여연대 등도 평화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전국에서 관련 집회와 농성이 잇따랐다.

성호준·홍주연·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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