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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겨울 보약 따로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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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쿠, 이 녀석아 가만 좀 있어라. 감기걸릴라." 12월 찬바람이 코끝을 스치지만 이 둘은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노천탕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뽀얀 김은 그저 뜨거운 수증기일까요, 사랑의 훈김일까요. 모델 김영일(71)옹·김준호(6)군. 경기도 발안식염온천에서.

겨울이면 쩔쩔 끓는 그 무엇이 그립다.

보일러가 보편화한 주거에서 그 '아랫목'은 이제 추억의 저편. 하지만 '탕'과 '찜'이 있지 않은가. 뽀얗게 가득한 수증기를 헤치고 보글보글 물방울이 올라오는 탕 안에 몸을 들이밀면 "앗, 뜨거" 혹은 "어, 시원타"는 탄성이 터진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주르륵 툭툭 떨어지고, 숨이 턱턱 막혀도 가슴은 뻥 뚫린다. 몸놀림이 가볍다.

본디 물에서 나온 존재여서일까. '물 좋은 물'을 찾는 행렬이 끊임없다. 특히 물이 얼음이 되는 겨울이면 더욱. 그러다 보니 온천마다 나름대로 '효험' 소문을 자랑한다.

"긍께, 단오만 되면 해녀들이 바닷가 모래를 파고 드러누웠지라. 샛별이 얼굴을 비춰야 나왔지라. 그러면 삭신 쑤시는 게 싹 없어졌당께."(전북 고창 구시포 해수찜에서 40대 아낙네)

"온몸에 엄지손톱만한 딱지가 앉았지만, 편하게 잠잘 수 있어 고맙지."(경기도 화성 발안식염온천에서 아토피 치료차 요양 중이라는 82세 노인)

"뭔 소리? 백암 물을 마시면서 30년 변비가 싹 가셨다 안 카요."(경북 울진 백암온천에서 온천물을 식수처럼 마시던 50대 아줌마)

생명수도, 성수(聖水)도 아니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더라도 설화와 전설이 실화와 소문에 얽혀 정설이 된다.

그렇더라도 목욕이 한 첩 보약보다 낫다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지난 한 해 온천을 찾은 사람이 전국에서 연인원 5288만3000명(행정자치부). 굳이 물 좋은 온천을 찾지 않아도 된다. 동네 목욕탕에 몸을 푹 담그고, 찜질방에서 개운하게 땀 한 번 빼면 이미 훌륭한 건강회복 휴양이다.

눈 내리는 계절, week&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 특집을 준비했다. 등을 내밀고, 등을 맡기면서 가족의 사랑도 다지고 건강도 챙기시도록.

글=손민호.김필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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