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무대에 다시 서 흐뭇합니다" 영화 'KT'로 베를린영화제 초청된 김갑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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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견 배우 김갑수(金甲洙·45)씨가 베를린영화제를 두번째로 찾았다.

6·25를 배경으로 남북 분단의 비애를 다룬 '태백산맥'(1995년)에 이어 'KT'로 제52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이다. 'KT'는 1973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발생한 김대중 납치사건을 그린 영화다.

金씨는 지난해 KBS 대하 사극 '태조 왕건'에서 궁예의 책사인 종간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된 '나쁜 남자'의 조재현과 함께 베를린에서 한국 영화의 열기를 높였다.

"정치적 사건을 다룬 영화지만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적 고뇌를 담은 휴먼 드라마입니다. 이번 작품에선 상부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조직원이지만 가족에 대한 걱정도 아끼지 않는 복합적 인물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일본 감독 사카모토 준지가 연출한 한·일 합작영화인 'KT'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오후 기자 시사회를 시작으로 모두 다섯차례 상영됐다.

金씨는 이 영화에서 김대중(최해일)을 납치·살해하라는 명령을 받고 임무 수행에 나서는 중앙정보부 요원인 김차운 역을 맡았다. 그가 '태백산맥'의 염상구 역을 소화하는 것을 본 사카모토 감독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어를 섞어 연기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감독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무엇보다 한·일 현대사의 정치적 상처를 솔직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金씨는 같은 극단(배우세상) 소속의 조재현과 함께 베를린 무대에 섰다는 사실에 무척 뿌듯해 했다.

"남우주연상은 꿈도 꾸지 않지만, 후배인 조재현이 수상했으면 정말 좋겠다"며 웃었다. 'KT'는 오는 5월 한·일 양국에서 동시 개봉될 예정이다.

베를린=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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