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벤처기업 수시로 지정 취소 공무원年金 벤처 투자 허용… 1兆 펀드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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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벤처기업으로 지정했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즉시 지정을 취소하는 '수시 퇴출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상반기 중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

수시퇴출 대상은 ▶창업 자금을 기술개발 등 본연의 업무에 쓰지 않은 경우▶외부 지원자금을 주식 투자 등 사적인 용도로 쓴 경우▶경영자가 각종 비리에 연루된 경우 등이다. 지금까지는 한번 벤처로 지정하면 2년 동안 법인·소득세 50% 감면 등의 혜택을 보장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존폐 논란이 있었던 벤처기업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벤처 산업에 대한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재정자금 3천7백억원과 민간자금으로 올해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해 2천개 벤처에 투자한다. 국민연금 외에 공무원·교원연금 등의 벤처 투자도 허용할 전망이다.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은 이같은 내용의 '벤처 종합대책'을 마련,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26일 벤처기업활성화위원회(위원장 신국환 산자부장관)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벤처 사업가로 위장한 일부의 불미스러운 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벤처는 기술과 창의를 바탕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옥석을 가리기 위해 벤처 지정 및 사후관리는 강화하되, 벤처산업은 계속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안에 따르면 벤처 지정 남발을 막기 위해 평가기관의 담당자를 공개하는 '벤처 확인 실명제'를 도입한다.

벤처 심사 시점에 벤처캐피털이 10% 이상 출자한 기업은 모두 벤처로 지정해오던 것을 앞으로는 그 이전 6개월 동안 계속 투자한 경우만 지정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벤처는 지정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 지정 요건의 하나인 연구개발투자 기준(5백만원 이상)도 높일 방침이다.

대신 벤처 지원을 위해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1백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국민연금투자조합의 창투사 의무출자비율을 15%에서 5%로 완화하기로 했다.

1997년 벤처기업 육성특별법 제정으로 시작한 벤처 제도는 일정 기준을 갖춘 중소기업을 벤처로 지정해 각종 혜택을 주는 것으로 현재 1만1천7백18개사가 벤처로 지정돼 있다.

고현곤·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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