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風' 이석희씨 미국에서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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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97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위해 대선 자금을 불법 모금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희(李碩熙·56·사진)전 국세청 차장이 16일 미국에서 체포됐다.

법무부는 이날 "李전차장이 16일 오전 6시(한국시간)쯤 미시간주 오크모스시의 한 임대주택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검거됐다고 미 법무부가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5면>

법무부 관계자는 "미국과 체결한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李전차장의 신병 인도를 요구할 방침"이라며 "李전차장이 불법 체류자 상태에서 검거됐을 가능성이 커 통상 5개월씩 걸리는 정식 인도 절차가 아닌 추방 형식으로 조기 송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의 주역인 李전차장의 검거로 그동안 사실상 중단됐던 이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급진전할 전망이며, 그 결과에 따라서는 다가오는 대선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李전차장은 국세청 차장 재직 시절인 97년 9~12월 초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와 서상목(徐相穆)전 의원 등과 함께 세무상 혜택을 미끼로 24개 기업에서 1백66억7천만원을 불법 모금한 혐의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98년 8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세풍 사건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는 99년 9월 중간 수사 발표에서 문제의 돈 가운데 98억원이 한나라당에 들어갔고 나머지 돈은 徐전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徐전의원과 이회성씨가 70억원을 추가로 모금한 단서도 포착했으나 李전차장의 도피로 혐의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은 李전차장의 신병을 인도받는 대로 서울지검 특수부에 배당,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 과정에서 李총재가 개입했는지와 추가로 드러난 70억원의 출처와 행방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고대훈·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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