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대표들 앉으나 서나 팀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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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어서면 줄서고, 앉으면 숨어있고, 누우면 바로 잔다'.

세계 최강인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선수촌 생활문화가 독특하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식사시간에도, 이동 중에도 차례로 줄지어 움직인다. 경기 특성상 팀워크가 매우 중요해 훈련 때는 물론, 평소 생활할 때도 호흡을 맞추는 것이 습관화됐기 때문이다.

강도높은 훈련과 일사불란한 규율을 강조하는 코칭스태프의 지휘 스타일도 쇼트트랙팀의 이런 전통에 한몫 했다.

이들은 잠자는 데도 일등이다. 지난 14일(한국시간) 고기현이 첫 금메달을 따낸 뒤 쇼트트랙팀은 자정을 넘겨 숙소로 돌아왔다.

경기 후 시상 행사에다가 도핑 테스트를 거쳐야 했고 부상한 민룡까지 챙겨야 했기 때문에 복귀시간이 예정보다 많이 늦었다.

큰 경기를 치른 뒤라 이런저런 얘깃거리가 많았을 법한데도 돌아오자마자 모두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기상시간은 오전 11시. 그동안 전략종목인 쇼트트랙팀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정귀환 부단장 등 간부들은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섰다. 한지붕 식구인 네덜란드·폴란드 식구들은 물론 한국팀의 다른 선수들이 혹시라도 떠들어 단잠을 못이룰까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선수들의 또다른 특징은 '방콕(방에 콕 숨어있는 것)파'라는 점이다.

한국 선수들이 묵는 선수촌 오렌지동 4층에서 쇼트트랙팀은 가장 안쪽 구석방에 배정됐다.

선수들은 도대체 밖으로 돌아다니지를 않는다. 외부 노출을 최소화해 집중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의 하나다.

솔트레이크시티=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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