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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회변화' 발맞춰 형법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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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지난 4월 형법을 개정해 사유재산권을 강화하고 죄형법정주의 개념을 보다 확실하게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간첩죄와 조국반역죄 등 반국가범죄의 처벌수위를 일부 조정했다. 음란 비디오와 CD를 반입.유포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새로 만드는 등 사회변화상도 반영했다.

이에 따라 1999년 8월 개정한 형법(8장 161조)에 비해 이번에는 9장 303조로 항목이 크게 늘었다. 전문은 국가정보원 인터넷(nis.go.kr)에 올라 있다.

북한의 개정형법은 소유권 침해에 따른 처벌 조항을 강화했으며, 외국 기업의 투자 장려와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해 상표권 침해죄를 신설했다.

관계당국자는 "지금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말이 곧 법이던 상황에서 범죄의 내용을 보다 명확히 법에 규정해 이를 근거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 형법 개정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간첩죄(제63조)의 경우 "공화국 공민이 아닌 자가 정탐을 목적으로 비밀을 탐지.수집.제공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또 사안이 무거울 경우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으로 정했다. 이전 형법이 무조건 "7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했던 데 비해 최소형량을 낮춘 대신 중범죄일 경우를 구분했다.

이전 형법이 불법 월경죄를 3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했던 데 비해 새 형법은 2년으로 줄였다. 단 '조국을 배반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한 경우' 5년 이상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해 한국행을 시도한 탈북자 등에게 중형이 가능케 했다.

노동 교화는 2년 이상의 중노동형이고, 노동 단련은 가벼운 노동 형벌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8일 "간첩죄와 인권조항 등을 국제사회의 요구에 맞게 구체화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그렇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개선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눈길 끄는 컴퓨터.성범죄 조항=컴퓨터 범죄와 관련한 조항이 부쩍 늘었다. 국가기관이나 국방.첨단기술 분야의 컴퓨터망에 침입하거나 허위정보를 입력.유포해 정보처리에 장애를 준 자는 2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을 받게 했다.

퇴폐적이고 색정적인 음악.춤.사진.녹화물.CD를 반입.유포하거나 이를 반복적으로 듣고 본 사람은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 이는 외국과의 접촉이 늘어 주민들이 자본주의에 노출될 가능성이 늘어나는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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