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物 조작 유혹 더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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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다큐멘터리의 조작 문제는 외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독일에서는 1996년 다큐 조작 사실이 드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프리랜서 다큐 제작자인 미하엘 본이 91년부터 최소한 22편의 TV다큐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주변 인물들을 KKK단원으로 변장시켜 책을 불사르게 하는 등 거의 창작에 가까운 다큐를 만들었다. 결국 사기혐의로 구속돼 2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그는 출감 후 영국 TV에 출연, "만일 조작행위가 밝혀지지 않아 활동했다면 인간이 목성에 착륙하는 다큐까지 만들 작정이었다"고 말해 화제를 낳았다.
미 NBC는 92년 '데이트 라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GM 트럭의 충돌 시험을 보도했다. 제작진은 트럭에서 불꽃이 일어나는 장면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연료탱크에 소형 로켓 엔진을 부착해 폭발하도록 조작했다. 이 조작이 들통나자 NBC는 미국 방송 사상 가장 긴 3분30초의 사과방송을 내보냈고, GM에 2백만달러를 보상했다.
98년 영국에서는 국제 프로그램 페스티벌에서 여덟번 상을 받은 바 있는 '커넥션'이라는 다큐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콜롬비아에서 영국에 이르는 마약의 새로운 거래선의 실상을 밝힌다는 이 다큐는 96년 ITV에서 방송됐다. 이 조작 사건은 범죄와 관련된 것이어서 더 큰 충격을 던졌다.
일본의 경우 92년 방송된 'NHK 스페셜-히말라야 금단의 왕국 무스탕'이란 프로가 상당 부분 연출됐음이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NHK는 한때 존립 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고전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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