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만 “학원비 인상 필요”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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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복만(62·사진) 울산시교육감 당선자가 학원비를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지 학부모는 물론 교육계에서도 비난이 거세다. 6·2 지방선거 이후 교육감 당선자가 취임도 하기 전에 사교육비 인상을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수 성향인 김 당선자는 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를 찾아 “사교육도 교육에 기여하는 한 축인데 숨도 못 쉬게 규제하면서 학력 향상을 기대하는 건 모순이다. 물가가 오르는데도 6~7년째 동결해놓은 학원비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원 관계자들도 ‘합리적으로 상한선을 정해주면 오히려 자율적으로 지금보다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학원 교습시간을 학교 자율학습이 끝나는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면 학생들이 (학교수업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학원에서) 메울 시간이 없다”며 “자정까지 교습을 허용하는 데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지난달 중순까지도 여론조사에서 김상만(현 교육감) 후보에게 20.6%포인트 뒤졌으나 선거 일주일 전쯤 “학원연합회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고 개표 결과 0.93%(4209표) 차로 신승했다.

김 당선자의 발언이 알려지자 전교조 울산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는 “사교육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학부모의 심정을 아는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울산시교원단체총연합회도 “교육 비전을 제시해야 할 시점에 어느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발언을 한 것에 깊이 우려한다”고 논평했고, 울산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도 “교육감 당선자가 ‘학원비 동결로 울산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교육관을 지녔다는데 충격을 받았다”는 성명서를 냈다. 김 당선자는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와 울산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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