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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뮤지컬 어워즈] 실물 기차, 회전 법정 무대 … 명장면 연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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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연출(윤호진)·남우주연(정성화) 등을 동반한 최우수창작뮤지컬상. 한국 뮤지컬계가 ‘영웅’에 바치는 찬사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뮤지컬이라는 이식된 장르를 한국 텍스트로 소화한 교본을 보여준다”(조용신 뮤지컬평론가)라는 평가대로 한국 뮤지컬의 역량이 집대성됐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년(2009년)에 맞춰 실제 제작에만 3년 넘게 ‘올인’한 것 자체가 기념비적이다.

◆작곡가만 세 번 교체=안중근 서거 100년이라는 개념만 맴돌던 2005년, 연출가 윤호진은 안 의사의 거사 이유 중에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들어있었단 걸 처음 들었다. ‘명성황후’로 한국 뮤지컬의 한 획을 그은 그로선 “운명이라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인연”이었다.

자칫하면 애국 위인전에 그칠 수 있는 소재를 뮤지컬로 풀어내는 것은 모험이었다. 윤 연출가는 컨셉트가 통일되지 않으면 스태프를 갈아치우기를 서슴지 않았다. “작품 첫 장면이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인 까닭인지 스태프를 자꾸 자른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작곡가만 세 번 교체했다.

◆가슴 뛰는 명장면 연속=‘미스사이공’의 헬기 장면, ‘레미제라블’의 바리케이드 장면처럼 세계적 뮤지컬에는 스케일과 감동으로 압도하는 명장면이 있다. ‘영웅’을 통해 우리 창작뮤지컬도 그런 ‘쇼 스토퍼(show stopper)’를 갖게 됐다. 만주벌판을 달리던 증기열차 영상물이 하얼빈역에서 실물 기차로 바뀌는 것을 시작으로, 회전 법정무대에 선 안 의사가 15가지 이유를 진술하는 대목(뮤지컬 넘버 ‘누가 죄인인가’)까지 객석을 휘몰아친다. 특히 열차 영상은 두 대의 프로젝터를 동시에 맞춰 가동하기가 어려워 수없이 좌절했다. 그러나 “무대 자체의 충격이 없으면 안중근 뮤지컬도 의미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집념 끝에 우리 기술로 성공시켰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보편성=10여 년 이력 동안 처음으로 창작뮤지컬 주연을 맡은 류정한과 뚝심의 뮤지컬 지킴이를 자처한 정성화가 안중근 역으로 선의의 대결을 벌였다. 독선적 민족주의에 빠지지 않고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한·일 두 장부의 팽팽한 이념 대결에 초점을 맞춘 덕에 해외로 뻗어가는 데도 무리가 없다. 이토 히로부미를 인간적으로 접근한 데 호응한 일본에서의 공연도 추진되고 있다. 내년 8월 중순 뉴욕 링컨센터 공연은 확정된 상태다. 이토에게 향했던 안중근의 총부리는 이제 세계 뮤지컬의 심장부를 향해 뻗는 중이다.

◆특별취재팀 문화스포츠 부문=최민우·강혜란·정강현·김호정·박정언 기자, 영상 부문=김민규·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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