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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잇단 등록포기에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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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학 복수지원 합격자들의 연쇄이동에 따라 지방대학 합격자들의 등록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은 지난해보다 등록률이 최고 22%포인트나 떨어져 대학마다 신입생 추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7일 각 대학의 최초 등록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0.7% 등록률을 보였던 충북대가 82.7%에 그친 것을 비롯, 부산대(81.8%)·전남대(85%)·경상대(80.8%) 등 대부분의 지방 국립대가 5~10%포인트씩 등록 포기자가 많아졌다. 창원대·동의대·한림대·대전대·청주대 등은 합격자 10명 가운데 3명 이상 꼴로 등록하지 않았다. 원주 상지대·한라대는 지난해보다 21~22%포인트 떨어져 등록률이 각각 56%와 46%에 그쳤다.
◇지방대 기피원인=갈수록 심해지는 지방대 졸업자의 취업난이 등록 기피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충남대와 중앙대에 복수 합격한 모(19)군은 "졸업 후 취업이나 대학 지명도를 고려해 학비가 많이 들더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을 택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수능점수가 떨어짐에 따라 하향 안전지원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에 동시 합격한 우수한 지방학생들이 지방대에서 대거 이탈한 것도 크게 등록률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한남대 강전의(姜全義)입학홍보과장은 "서울에서 시작된 합격자 연쇄이동이 지방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유례없는 등록 포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대 관계자도 "해외연수 등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학교를 홍보하고 있지만 수도권 대학 선호경향을 거스르기엔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신입생 충원 비상=대학들은 오는 22일까지 예비 합격자를 대상으로 추가등록 등을 통해 결원을 보충할 방침이나 정원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대학에선 동문이나 교직원을 총동원해 신입생 확보작전에 나섰다.
상지대는 6일 새벽부터 자동전화시스템을 이용, 추가 합격자 전원에게 연결이 될 때까지 전화를 걸어 합격 축하와 등록을 권유하고 홈페이지에서 등록금 납입고지서를 받아 전국 어느 곳에서나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 동아대는 공대 등 등록률이 저조한 학부의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부모와 학생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가 하면, 대전 배재대는 무료 외국어 교육 등 각종 혜택을 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남대도 모집학과 교수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등록을 호소하고 있다.
이밖에 광주대는 기숙사·전자도서관 등을 홍보해 서울·수도권 지역의 학생을 거꾸로 유치하기 위해 7일부터 이틀간 학장·학과장·입시 담당자들이 회의를 여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호남대 관계자는 "지방대의 핸디캡때문에 인간적인 호소를 할 뿐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라며 "특히 올해는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대학이 예상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찬호·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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