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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과 골프에 또다른 검찰 간부도 동행 수사중단 청탁과 관련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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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형택씨가 검찰에 이용호씨 수사 중단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 방향이 급선회하고 있다. 이형택씨가 지난해 신승남 전 검찰총장 등 검찰 핵심인사들과 골프 회동을 했음이 드러나면서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의 구도는 李씨가 김형윤 전 국정원 경제단장 또는 김대중 대통령 차남 홍업씨의 친구 金모씨를 동원해 愼전총장 동생의 '5천만원 통장'으로 압박을 했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들이 愼전총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주춤거렸던 특검팀이다.
그러나 李씨와 愼전총장의 회동 사실이 밝혀지면서 특검팀은 李씨가 제3자를 동원하지 않고 직접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李씨를 상대로 골프 회동의 목적과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형택씨는 이용호씨에게 진도 보물 발굴사업을 연결시킨 장본인이다. 그리고 이용호씨는 그 사업을 소재로 자신의 계열사인 삼애인더스의 주가를 띄우면서 2백56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둬 검찰에 구속됐다.
이렇듯 사건과 관련해 자유롭지 못한 상태의 이형택씨가 검찰 최고 실력자들을 만났다는 점이 특검팀이 품고 있는 의문이다.
이형택씨는 그 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용호씨와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10월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으나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골프를 친 검찰 간부들은 李씨의 영향력 시도 의혹 부분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愼전총장이나, 모임을 주선했던 이범관 인천지검장은 "일상적인 골프 약속이었으며 골프를 치면서 이용호씨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대웅 서울지검장은 "이형택씨가 오는 줄도 모르고 동행하게 됐다"며 "골프 약속이 이뤄진 건 그 한달 전 쯤으로 대검이 이용호씨의 수사를 시작도 안했던 때"라고 해명했다.
특검팀은 金·李지검장의 경우 당시 이용호씨 사건의 수사라인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날 모임의 성격 규명을 위해서라도 愼전총장과 함께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별다른 혐의가 없는 상태에서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까지 소환할 경우 검찰은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때문에 일단 서면조사를 한 뒤 설 연휴 이후 소환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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